IMF·ECB "국가 은행감독권 포기해라"
스페인 은행 위기를 계기로 유럽연합(EU)이 각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역내 은행위기를 직접 해결해야 한단 주장이 갈수록 세(勢)를 얻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의 은행 감독권이 EU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 은행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아우성을 친 탓에 유로를 구원하기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부가 더 많은 권력을 EU에 넘겨야 한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IMF가 지지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지원을 통하지 않고 (유럽재정안정기금의 은행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라가르드 총재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유로존 17개국을 위한 은행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유럽 은행 위기를 해결할 자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유럽은행감독청(EBA)은 각국 은행감독기구를 모은 협의체에 불과해, 유럽 은행권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2010~2011년 유럽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문제를 조명하지 않아, 신뢰할만하지 못하다고 평가받았다.
스페인 정부는 오는 11일 스페인 최대 모기지 은행 방키아 구제방안을 포함한 은행 부실자산 처리방안을 발표한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건설경기 거품이 꺼진 스페인에서 은행권은 지난해 말 부동산 자산을 총 3230억유로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실자산은 175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스페인 중앙은행은 집계했다.
특히 은행 위기는 유럽 기업의 자금회전까지 막아, 유럽 경제가 악순환 할 위험이 있단 점에서 EU가 좌시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 기업은 전통적으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에 유럽 기업은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는 앞으로 낼 보고서 초안에서 지난해 출범한 EBA에 각국 은행을 직접 감독할 권한을 주고, 은행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EBA는 지난해 말 적자를 낸 유럽 대형은행 28곳에 오는 6월 말까지 자산의 최소 9%를 충당금으로 쌓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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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바니에르 EC 금융담당 집행위원은 곧 EU 차원의 은행 회복 및 해결 방안을 내놓고, 이 시스템이 각국 은행감독 당국의 협업을 토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럽 은행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레멘스 퓨스트 옥스퍼드대 기업세금센터 연구소장은 "만약 위기국에서 국가 주권을 포기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마도 유로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퓨스트 소장은 "이 두 가지 문제(재정위기와 은행위기)는 서로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국가 은행 시스템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반대로 국가가 은행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금융권이 캘리포니아주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 금융위기는 `달러존`에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스페인 은행위기는 유로존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화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영국이다. 영국은 은행 감독 중앙집중화 논의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영국은 지난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자기자본요건보다 더 높은 자기자본요건을 요구할 권리를 두고 다른 EU 국가들과 설전을 했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과거 "세계 은행들은 살아있을 때는 세계적이지만, 죽을 때는 국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은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았고, EU 27개국 가운데 체코와 단둘이 신재정협약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독자적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