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방키아 자금조달 계획 퇴짜..10년물 국채 금리 장중 6.5% 넘나들어
유로존 4위 경제대국 스페인의 은행 구제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구제금융없이 은행위기를 해소하겠다고 호기롭게 공언하며, 자국 국채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은행 지원에 필요한 현금을 받아내려 했지만 ECB가 단숨에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30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6.5%를 넘나들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에서는 10년 물 금리 7%선을 구제금융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그 만큼 스페인의 상황이 절박하다.
스페인은 최근 두 차례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마불사' 논리를 앞세워 ECB에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ECB와 이 은행의 최대 출자국 독일은 '대마의 호기'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위기국과 지원국 간에 '치킨게임'이 전개되면서 유로존이 벼랑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스페인은 부동산 대출로 부실화된 자국 3위 은행 방키아에 45억유로를 투입했지만 위기가 진정되지 않자 190억유로(약 28조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이 거덜난 스페인 정부는 지원할 현금이 부족해 방키아의 지주회사 BFA에게 현금 대신 국채를 지급해, BFA로 하여금 스페인 국채를 담보로 ECB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는 묘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ECB는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스페인의 계획이 유럽연합(EU)이 금지하는 '통화적 자금조달(monetary financing)'에 해당될 위험이 있다는 명분에서다. 즉,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ECB의 직접지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스페인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크게 반영되었다. 스페인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유럽연합(EU)의 목표치를 2차례나 상회, 정부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더구나 방키아에 대한 자금 조달과 관련해 ECB와 사전 협의도 갖지 않았다.
스페인은 ECB의 완강한 반대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ECB에서 현금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은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강조하면서 자국 은행구제 부담을 ECB에 전가하려는 일종의 '꼼수'로 풀이된다. 즉, '대마불사' 논리로 추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EU와 독일에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라호이 총리는 오는 7월 출범하는 유로안정화기구(ESM)가 각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부실 은행들을 직접 재자본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기국이 공공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ECB가 국채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바람도 공공연히 나타냈다.
독자들의 PICK!
스페인 정부가 유럽 당국과 생존을 담보로 한 치킨게임을 벌이게 된 것은 노동시장 정비와 은행개혁, 지방정부 지출 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는 정부 내에 팽배한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라호이 총리 취임 이후 EU 방침에 따라 각종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달 말에 들어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정부 때의 사상 최고치 6.6%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더욱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라호이 총리가 속한 국민당(PP)은 수십년 동안 재집권을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CNBC의 유명 투자 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현재 시장은 치킨게임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독일은 자국이 유럽 시장을 살려놓지 못하면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결국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 은행위기 고조에 이날 스페인 IBEX35지수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가 0.75% 상승한 것과 달리 2.3%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6.48%를 기록한 뒤 30일 장중 6.5%를 넘나들고 있다. 또 스페인 5년물 국채 기준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562bp(1bp=0.01%)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