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렉시트 보단 '스펙시트'

이젠 그렉시트 보단 '스펙시트'

송선옥 기자
2012.05.30 15:45

스페인 유로존 탈퇴 가능성 대두, 규모의 경제·긴축 피로감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그렉시트(Grexit)’에 이어 ‘스펙시트(Spexit)’라는 단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스펙시트란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뜻하는 신조어로 최근 그리스보다 스페인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것을 반영하고 있다.

영국 스트래티지 이코노믹스의 매튜 린 최고경영자는 29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서 ‘스페인이 유로존을 처음으로 떠날 수 있는 6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첫 번째는 스페인 경제 규모가 구제하기엔 너무 크다는 것이다. 스페인 경제 가치는 2300억유로로 유로존내 4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이는 그리스보다 훨씬 큰 덩치로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을 10% 늘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230억유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스페인에게 구제금융의 손을 건넨다면 EU 전체 경제가 어떤 수렁에 빠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스페인 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섰으며 앞으로 회복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24%로 치솟았으며 소매 판매는 전년대비 10%나 감소하며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둘째는 긴축 피로감 문제다. 바로 일년 전만 해도 스페인 시내는 긴축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로 골머리를 앓았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긴축 반대 시위는 그리스를 건너 다른 유로존 국가까지 확대됐다. 1년간 이어진 긴축 정책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이는 다시 강한 반발을 가져오고 있다.

앞으로 스페인은 수년간 유로존에서 험난한 시기를 보내야 하지만 이를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어디에서도 읽을 수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스페인이 실물경제 국가라는 점이다. 스페인의 GDP 중 수출 비중은 26%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스페인이 유로존을 탈퇴, 옛 스페인 통화인 페세타를 다시 불러오게 되면 오히려 가치절하된 통화로 스페인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스페인 국민들이 그리스보다 유로존 탈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넷째는 스페인이 그리스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이다.

많은 유로존 국가들에게 있어 유로존 잔류는 경제보다 정치적 문제다. 라트비아는 러시아보다 EU의 영향권 안에 들기 위해 유로존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영국과 자신을 분리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유로존에 가입했다.

독일은 세계대전 주범이라는 불미스러운 과거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프랑스는 세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유로존을 택했다. 그러나 스페인에게는 이들 국가처럼 유로존에 남아야만 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다섯째는 스페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페인 경제를 유럽의 일부처럼 여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 경제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히스패닉계는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에 중요한 영향력을 띤다.

여섯째는 스펙시트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서는 통화의 미래와 관련해 이미 진지한 논의가 진행중에 있는데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실제 문제의 원인이 유로에서 시작됐으며 다시 페세타를 쓰게 되면 스페인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유로존 탈퇴는 금기시된 발언이었지만 이러한 터부는 이미 스페인에서 깨졌다. 최근 들어 긴축을 반대해온 그리스의 좌파연합 정당, 시리자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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