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17일 총선 앞두고 뱅크런 우려 다시 고조

그리스 17일 총선 앞두고 뱅크런 우려 다시 고조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6.14 07:24

오는 17일 그리스의 운명을 좌우할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 은행에서 예금 인출이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그리스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에 부과된 긴축조치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총선을 앞두고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대거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은행권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에서 예금 인출 규모가 매일 서서히 늘어나면서 그리스가 지난달 6일 1차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했을 때 예금 인출 사태가 우려됐던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리스 주요 은행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매일 6억유로에서 9억유로 가량이 그리스 은행권에서 인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오는 17일) 총선을 며칠 앞두고 예금 인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주 금요일(15일)까지 (일일) 예금 인출 규모가 10억~15억유로로 늘어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은행들은 지난 2009년말 채무위기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예금 규모가 3분의 1가량 줄었다. 예금자들이 돈을 찾아 해외 은행이나 다른 안전한 곳에 예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중앙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권의 예금 규모는 지난 4월말 현재 1659억5000만유로이다.

지난 2년간 한달에 유출되는 예금 규모는 평균 20억~30억유로 사이였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예금 인출 규모가 늘고 있다.

지난 5월6일 총선 이후 그리스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했을 때는 하루 예금 인출 규모가 8억유로로 늘어났다.

그리스 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도 "예금 인출이 늘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금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총선 결과에 따라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어 프랑스의 3위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은 지분을 보유한 엠포리키 그리스 은행을 포기할지, 아니면 이 은행을 다른 그리스 은행과 합병시켜 지분율을 대폭 낮출지 비상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오는 17일 그리스의 총선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지키기로 약속한 긴축 조치에 대한 국민투표이자 더 나아가 유로존 잔류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긴축 조치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신민주당과 긴축 조치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는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이 지난 5월6일 총선 때처럼 어떤 정당도 정부 구성을 주도할만큼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해 또 다시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또 다시 총선을 치러야하지만 매달 채무 상환이 돌아오는 그리스로서는 무정부 상태를 오래 지속할 여유가 없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시리자가 승리하거나 아니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처럼 어떤 정당도 뚜렷한 승기를 잡지 못할 경우 그리스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일일 예금 인출 규모인 10억유로 미만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인출 규모가 4~5배로 늘어나면 예금 인출 중단을 비롯한 자본 통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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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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