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스벤처스의 500억 규모 한국스타트업 전용펀드에 투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세계적 투자은행이 한국스타트업 투자에 나선다. 지금까지 해외 기관투자가가 사모펀드(PE)를 통해 국내기업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한국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펀드에 글로벌투자은행이 LP(출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미국명 한 킴) 대표는 10일(현지시각) “알토스가 모집중인 한국스타트업 전용펀드에 세계적 투자은행 가운데 한곳이 1500만달러(약 160억원) 규모 LP로 참여하기로 했다”면서 “조만간 이 투자은행에 대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토스벤처는 그동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에서 15% 정도 한국스타트업에 투자해오다, 최근 5000만달러(533억원) 규모의 한국스타트업 전용펀드를 모집해왔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로서는 처음인데, 현재 목표액의 80%를 채운 상태. 알토스벤처의 한국전용펀드는 최근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120억원 규모 펀딩에 참여했고, 전자책 서비스업체 북잼, 광고솔루션 제공업체 애드오피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1년에 5~6개 스타트업에 10억~30억원 규모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세계적 기관투자가가 한국스타트업 전용펀드에 참여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그만큼 한국스타트업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투자은행은 최근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카카오와 쿠팡, 블루홀스튜디오, 우아한형제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성장속도와 사용자 등) 숫자를 보면서 한국에 이 정도 규모의 벤처가 있다는 데 대해 대단히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알토스벤처는 최근 한국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김 대표는 “오히려 한국에 있는 벤처캐피탈 사이에 한국스타트업의 성장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면서 “시장이 작고,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새로운 회사가 나오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소비자시장은 꼭 해외로 진출하지 않아도 큰 시장”이라며 “대기업 때문에 아무리 도전해도 안된다고 하는데 안될 것 없다. 아무리 커져도 (가치가) 500억~700억원 밖에 안될 거라고 하는데 더 못 컬 이유도 없다. 회사가 커지면 가치도 올라가는 것 아닌가. 한국에도 1조원짜리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드는 것이 벤처캐피탈의 임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투자은행이 LP 참여를 결정하면서 (알토스벤처스가) 실리콘밸리에서처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은 투자를 하면 ‘어떻게 돈을 뺄까(수익을 실현할까)’보다 ‘어떻게 도와줄까’를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한다”면서 “미국시장은 밀집돼 있는 한국시장과 달리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고 전략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경험을 한국에 전수한다면 한국스타트업은 더 성장할 수 있고, 우리가 도와주려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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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스타트업이 서비스확산 단계를 넘어 수익을 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면서 조금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우왕좌왕하면서 살아남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큰 기업이 나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런 과정을 지원하면서 한국의 세콰이어펀드(애플과 구글 등에 초기 투자한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탈)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