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준금리 인상 우려 지워… 애플 2.4% 급등·경기지표 호조도 힘 보태

뉴욕 증시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 인상 신중 발언에 힘입어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7.96포인트(0.88%) 상승한 2055.01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역시 97.72포인트(0.56%) 오른 1만7633.11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79.84포인트(1.67%) 급등한 4846.62로 거래를 마쳤다. S&P500과 다우 지수는 연중 최고치다.
이날 뉴욕 증시는 국제 유가 급락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하지만 개장 후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더 좋게 나오면서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던 지수는 옐런 의장의 발언에 환호하며 일제히 급등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4월 금리 인상 전망을 잠재웠다. 이후 달러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국제 유가도 낙폭을 줄이면서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지수 영향력이 가장 큰 애플이 2.39% 급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 옐런 "금리인상 신중하게… 4월 아닌 6월 금리인상 시사"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국제 유가 급락 등으로 미국 경제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옐런 의장은 이날 뉴욕 경제 클럽 초청 연설에서 “경제 전망의 리스크를 감안할 때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글로벌 경제상황이 전망 리스크를 점점 더 키우고 있다"며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은 작년 12월 금리인상 때보다 덜 호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여름 이후 변동성이 금융시장을 강타했고 해외시장의 위협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올 들어 미국 경제는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시장과 소비지출, 주택시장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제조업과 수출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부진하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은 "작년 12월 이후 기준 전망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은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점은 이미 작년 여름과 올해 초에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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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경제가 부정적인 해외 영향을 잘 극복해 오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하면서 금리가 낮아졌고 이는 모기지 금리를 포함해 장기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저금리가 소비여력을 높여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FRB는 지난해 12월 약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 4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올 초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미국의 경기지표 마저 나빠지면서 시장참가자들은 4차례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왔다. FRB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2회로 하향 조정했다.
옐런 의장은 “해외 요인들이 불확실성을 높여주고 있지만 이런 이유들로 해외 요인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근원 물가상승률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지속될 것인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최근 상승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세가 아닌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이날 옐런의 발언은 앞서 다른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내놓은 매파적 발언과 대조적이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미국 및 세계 경제 상황에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연내 두 차례 이상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보다 앞서 FRB이 빠르면 4월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BMO 캐피탈 마켓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발언의 요지는 4월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2분기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소비·주택 지표 양호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호재로 작용했다. 먼저 미국 컨퍼런스보드는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6.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수정치와 전문가 예상치인 94.0을 웃도는 수준이다.
3월 현재상황지수는 113.5으로 전월 115.0에서 하락했다. 향후 6개월에 대한 신뢰지수는 79.9에서 84.7로 개선됐다.
앞서 발표된 주택가격지수도 상승하며 주택시장 호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미국 20개 도시 주택가격 추세를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월 전년 동월대비 5.75% 상승했다. 12월 수정치 5.65%보다 소폭 개선된 결과다.
TD시큐리티의 밀란 멀레인 연구전략부문 부대표는 "5~7% 수준의 가격 상승세는 가장 적절한 수준(sweet spot)"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 재고가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늘면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겠지만 아직은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국제유가, 이란 산유량 동결 불참 전망에 급락
국제 유가는 이란의 산유량 동결 불참 전망에 일제히 급락했다. 하지만 옐런 의장 연설 이후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다소 만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1달러(2.8%) 급락한 38.2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5일 이후 약 2주 만에 최저 수준이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04달러(2.58%) 내린 39.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국제 유가는 산유량 동결 확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4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란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산유량 동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17일 도하에서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불참을 선언하는 국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가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지만 지금은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달러 급락, 금값 급등
옐런 의장 발언은 달러에 직격탄이 됐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91% 하락한 95.10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89% 상승한 1.1297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72% 내린 112.61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반면 국제 금값은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5.5달러(1.3%) 급등한 1237.5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4센트(0.3%) 오른 15.23달러에 마감했다.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2.2%와 1.1% 급등했다. 반면 구리 가격은 1.4% 하락했다.
◇ 유럽 증시, 부활절 연휴 효과 ‘상승’
유럽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전장대비 0.01% 하락한 6105.90를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 CAC40지수는 전장대비 0.85% 오른 4366.76에 독일 DAX지수는 0.37% 오른 9887.94로 장을 마쳤다.
부활절 연휴로 지난 25일부터 어제까지 휴장이 이어진 점이 매수세를 이끌었다. 램프애셋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워이슈넥 펀드매니저는 "지난주에는 긴 연휴를 앞두고 아무도 매수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날 시장은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석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관련주들은 모두 부진했다. 글렌코어 주가는 5% 가까이 떨어졌으며, 앵글로아메리칸, 리오틴토, BHP빌리턴도 모두 3% 이상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