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비준 갈등]'ILO핵심협약' 비준 요구하는 EU...美도 노동 기준 요구 강화 추세, 미국 2개만 비준

우리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핵심협약 3개 비준을 위해 추진하는 관련 법 개정은 국제 무역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필수템'이나 마찬가지이다.
가장 강력하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도 무역협정을 맺을 땐 ILO 회원국의 의무를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EU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한국이 FTA에 명시된 ILO 비준 노력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상황이었기에 비준 절차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한국은 ILO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2개의 협약만, 일본은 6개의 협약만 가입하고 있다.
나라에서 노조를 좌지우지하던 베트남도 지난달말 EU의 ILO협약 비준 요구를 수용하면서 4년만에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을 마쳤다. 베트남은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노동총연맹(VGCL) 하나만 존재한다.
이마저도 베트남 공산당이 주도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하는 '결사의 자유'를 비준하는 것에 정·재계가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베트남이 노동자로 도박을 한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결국 자유시장으로의 접근을 택했다.
ILO의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인 미국도 무역협정을 맺을 때 노동 기준을 엄수하라는 요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신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발효시키면서 멕시코에 단체교섭권 허용 등의 노동법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무역협정을 맺을 때 이러한 요구 조건을 더욱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이 비준에 머뭇거리면서 EU로부터 찍히게 되면, 향후 미국으로부터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ILO 협약 비준으로 노사 갈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다른 국가들처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늘리는 등 유연한 조율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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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별도의 법 규정 없이 임금협약이 보통 4~5년간 유효하고, 독일도 평균 3~5년 정도이다. 프랑스는 최장 5년, 일본은 3년이다. 우리나라는 최장 2년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