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에서 성별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주목받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이를 두고 "남 일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16일 다케다 하지메 아사히신문 서울 특파원은 '남자와 여자, 새로운 분단'이라는 제목의 메모를 게재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작년 이후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일본보다 활발했다"며 "그만큼 여성을 혐오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인터넷 담론도 과격해졌다"며 한국의 성별 갈등에 대해 운을 띄웠다.
이어 신문은 故설리·구하라 등 유명 여자 연예인의 사망 소식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흥행을 언급했다. 아사히는 "모든 남자가 (댓글을 달았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여가수가 욕설을 듣고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벌어졌다"며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을 담담하게 그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돼 관객 360만명을 넘긴 것도 여성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누적 100만부 넘게 팔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소설은 지난해 12월 일본 출간 이후 14만8000부(올해 11월 기준)가 판매되며 일본에서 가장 빨리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소설로 기록됐다.
이에 따른 일부 남성들의 반발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남성들은 '여성은 병역 의무도 없고, 그동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데 차별을 호소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노골적인 불만을 말한다"고 전했다. 남성도 차별을 받는다는 뜻으로 '82년생 김지영'에 대응해 등장한 '82년생 김철수'라는 신조어까지 소개했다.
특파원은 "한국은 무언가를 두고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사회를 개혁해왔다"면서도 " '또 하나의 분단'으로 불리는 남녀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남의 일 같지는 않다"고 덧붙여 일본 사회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음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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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전 세계 153개국 남녀 격차 순위에서 일본은 올해 121위를 기록해, 지난해(110위)보다 11계단 떨어지며 사상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해 115위에서 108위로 뛰어올라 일본을 앞섰다.
전 세계를 휩쓸었던 미투 운동도 일본에서는 유독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미투 운동은 2017년 5월 이토 시오리가 TBS 방송국 당시 워싱턴지국장 야마구치 노리유키의 성폭행 사실을 고발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침묵했고, 그해 9월 형사 소송을 다시 진행하게 해달라는 이토의 요청이 기각되며 야마구치의 형사 처벌 기회는 사라졌다. 지난해 이토 시오리의 반(反)성폭력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조차 일본 방송사가 아니라 영국 BBC방송이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