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에 "관계 재설정하자"…'언론인 암살' 접어둔다

美, 사우디에 "관계 재설정하자"…'언론인 암살' 접어둔다

임소연 기자
2022.06.11 15:05
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블룸버그
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블룸버그

미국이 유가 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 특히 양국 관계에 쟁점이었던 '언론인 암살 사건'을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미 CNN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고위 관료들은 사우디에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를 '재설정'할 준비가 돼있단 뜻을 전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경제 파트너였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카슈끄지는 미 주요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이다.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비판하며 사우디 왕족과 관계가 틀어졌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미 국가정보국(DNI)의 기밀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유가 급등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 등 문제가 발등에 떨어지면서 당장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한 고위 관료는 "양쪽 모두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카슈끄지 사건) 넘어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한 인사는 "기록적인 국내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 어려운 경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며 "그들(백악관)은 불안하고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떠한 희망도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이 원칙을 저버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측은 이런 분위기를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종결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며, 이런 입장을 미국에도 분명히 했다고 고위 관료들은 전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 등 OPEC 비회원 산유국을 합친 'OPEC 플러스'(OPEC+)가 지난주 원유 증산 계획을 밝힌 것도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선의 표시라고 간주한다. OPEC+ 산유국 석유장관들은 지난 2일 정례 회의 후 배포한 성명에서 올해 7∼8월 하루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합의한 증산량은 기존 방침보다 50%가량 많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할 경우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인 하티스 젠기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기로 한 결정은 나는 물론이고 자유와 정의의 지지자들을 끔찍하게 화나게 한다"는 입장을 CNN에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최고위원들은 이번 주 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정부의 최고위층은 카슈끄지 암살에 책임이 있고, 이는 빠져나갈 수 없는 엄연한 진실"이라며 "우리는 이 끔찍한 범죄에 대해 정의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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