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과 AI 기술의 결합, 퍼블리시티권 문제…
할리우드는 최근 배우·스태프 대대적 파업중

영화배우 제임스 딘을 주연으로 한 영화 '백 투 에덴(Back to Eden)'이 올해 개봉한다. 1931년생인 그는 1955년 차 사고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68년이 지난 2023년 개봉 영화에 제임스 딘에 주연을 맡길 수 있던 건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이다.
19일(현지시간) CNN 뉴스는 'AI가 죽은 영화배우를 되살렸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접목한 AI기술의 양면을 보도했다. 방송은 AI 의 힘으로 사망한 유명인이 '디지털 클론'으로 되살아날 수 있지만, 망자의 '권리' 문제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할리우드는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임스 딘의 신작영화 외에도 몇 년 전부터 사망한 배우의 모습이 카메오나 광고 속 한 장면으로 등장하곤 했다. 2020년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짧게 등장한 레아 공주는 AI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다. 레아 공주역을 맡았던 배우 캐리 피셔가 2017년 사망했는데, 제작진은 과거 시리즈 '라스트 제다이'와 '깨어난 포스' 속 레아 공주 모습을 활용해 AI로 구현했다.
제임스 딘도 비슷한 기술로 영화에 '컴백' 한다. 디지털 클론을 제작하고 있는 회사 월드와이드엑스알(WorldwideXR)의 트레비스 콜리드 최고경영자(CEO)는 "딥페이크 기능과 유사한 평면 스크린의 2D 묘사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개봉되고 난 뒤, 제임스 딘은 스크린 밖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증강현실 게임을 활용해 관객과의 대화, 팬들과의 소통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콜리드 CEO는 "어떤 사람의 몸에 얼굴만 제임스 딘을 붙이 방식이 '딥페이크'라면, 우리 기술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CNN에 전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AI를 훈련시키는 것처럼 제임스 딘 생전의 영상, 사진, 오디오를 스캔해 입력한다. AI는 이러한 '원본 자료'를 가지고 대사를 읽을 줄 아는 디지털 클론을 만드는 셈이다.
재빠르게 사업화에 착수한 기업도 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AI 스타트업 '원 아워'는 배우들의 디지털 초상 스캔에 초기 수수료 500달러(약 65만원)를 지급하며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 디지털 초상으로 비디오나 학습물, 표지 등에 사용하고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퍼블리시티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명인의 얼굴과 이름, 목소리 등 배우의 모든 특징을 사용할 때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가치를 누구와 협상하고, 누구에 지급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상속자들이 고인의 디지털 클론에 동의한다 해도, 캐릭터를 변화시키거나 포르노와 같은 상업영화에 써먹는다면 누가, 어떻게 제지할 수 있는지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CNN은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에릭 칸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일반적으로 유언장에 명시된 친족이 자산을 물려받는데, 망자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건 유언 집행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논란은 사람의 영역을 AI가 아예 빼앗아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최근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스태프들이 대대적인 파업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이들은 "연기자들에게 하루 일당만 지급할 테니, 이미지를 촬영하게 해달라는 제안이 오고 있다"며 "회사가 이미지를 소유하고 AI로 작업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고 반발했다.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런스, 마고 로비, 맷 데이먼 등 유명 배우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그들은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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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인력의 영역은 더 취약하다. 여러 명의 작가들이 수년간 쓰고 다듬던 시나리오를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금방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음향과 시각효과, 편집 등 영화와 TV 제작을 맡아온 장인들의 영역도 AI가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