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상호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관세가 물가는 띄우고 성장률은 끌어내릴 공산이 커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 침체를 앞당길 수 있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다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연준의 관망이 길어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20%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중국(34%), 한국(26%) 일본(24%, 각 수치는 백악관 홈피 자료 우선근거)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이를 넘어서는 관세가 발표되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 충격이 불가피하리란 지적이다. 고율 관세 부담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미국 경제 대들보인 소비가 흔들리면 경제도 위태로워진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상호관세 발표를 두고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에선 안 그래도 물가 오름세와 소비 둔화가 확인되던 터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확정치로 57을 기록하며 2022년 11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를 찍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상당한 조정 없이 이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한다면 경제가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제 미국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연준이 침체 위험에 대응하리라는 데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한국시간 3일 오후 4시 현재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최소 3차례 내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점도표에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 바 있다.

문제는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하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단 점이다. 예상보다 센 관세율에 물가가 빠르게 오를 수 있는 데다, 여기에 상대국의 보복 관세로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 자극받을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의 추가 연료가 될 수 있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오르면 금리를 내리고 싶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또 금리를 올리고 싶을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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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계법인 RSM US의 조셉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관세 조치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면서 "연준은 그만큼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3~4%까지 오를 수 있다"며 "연준이 중단기적으로 금리를 인하해도 경기 하강을 막기 부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관계자들은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일단 지켜봐야 한단 입장이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이날 프린스턴대학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관세가 인상되면 예상보다 더 오래 인플레이션이 확산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완화될 때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세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뿐 아니라 공급망을 통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관세로 시장이 왜곡되면서 비효율적인 생산에 자본이 낭비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면 싸게 얻을 수 있는 걸 훨씬 비싸게 사야할 수 있단 의미"라고 우려했다.
한편 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비즈니스 저널 컨퍼런스에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그가 미국 경제와 물가를 어떻게 전망할지 시장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1월과 3월 회의에서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