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소 10개국, 청소년 SNS 금지 도입 및 검토

호주에서 시작된 '청소년 SNS(소셜미디어) 전면 금지' 행보에 유럽 주요 국가들이 연이어 동참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15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SNS 사용 금지 방안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이날 SNS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가 아는 전문가들은 SNS가 아이들에게 끔찍할 정도로 해롭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15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카렐 하블리체크 체코 제1부총리는 CNN 프리마 뉴스에 출연해 정부가 이 금지 조치를 진지하게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결정되면 올해 안에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법으로 차단한 이후 유럽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인 국가가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성년자 SNS 사용 제한을 검토 중인 유럽 국가는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덴마크,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최소 10개국이다. EU(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국은 호주식 SNS 금지 법안을 검토하고 있고, 프랑스와 덴마크는 15세 미만의 SNS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은 최근 16세 미만 SNS 이용 금지와 SNS 플랫폼에 엄격한 연령 확인 도구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 스페인은 특히 SNS 내 불법·혐오 발언 콘텐츠 확산과 관련해 SNS 플랫폼 기업 경영진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SNS 규제안을 발표하며 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와 충돌하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 연설에서 SNS 플랫폼에서 각종 범죄와 부적절한 행위가 벌어진다며 "이런 플랫폼은 스페인 등 많은 국가보다 더 부유하고 강력한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머스크는 X에 산체스 총리의 WGS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산체스는 스페인 국민에 대한 폭군이자 배신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산체스는 진정한 파시스트적 전체주의자"라고 적었다.
외신은 유럽의 SNS 규제가 미국과 유럽 간 정치·외교 갈등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 도입과 SNS 규제가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미국 기술 대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관세 부과를 압박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은 미국 기술기업에 북미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며 유럽의 청소년 SNS 금지는 X 등 미국 SNS 플랫폼 운영 기술기업들의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이 검토 중인 호주식 청소년 SNS 금지 대상에는 미국 메타플랫폼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스냅, 머스크의 X, 구글의 유튜브와 틱톡 등이 포함된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 연구소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유럽은 기술 대기업들의 '핵심 돈줄'이기 때문에 유럽의 SNS 금지는 이들에게 분명한 큰 문제"라며 "미국이 이런 금지 조치를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