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마른 다뉴브강…1700년 전 로마 다리, 나치 군함 드러냈다

폭염에 마른 다뉴브강…1700년 전 로마 다리, 나치 군함 드러냈다

김희정 기자
2026.08.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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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라소바의 다뉴브강 일대가 지난 3일(현지 시간)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수위가 이례적으로 낮아져 평소 물에 잠겨 있던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AP=뉴시스
루마니아 라소바의 다뉴브강 일대가 지난 3일(현지 시간)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수위가 이례적으로 낮아져 평소 물에 잠겨 있던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AP=뉴시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을 휩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강바닥에 잠겨 있던 로마 시대 유적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선이 잇따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불가리아 기겐 마을 인근 다뉴브강에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서기 328년 세운 것으로 알려진 고대 로마 교량의 기초 구조물이 드러났다. 유럽 전역에 이어진 이례적인 폭염으로 다뉴브강과 라인강 등 주요 하천의 수위가 크게 낮아진 여파다.

이 다리는 현재 불가리아 북부에 있던 로마 도시 울피아 오이스쿠스와 지금의 루마니아 지역인 수키다바를 잇는 길이 2㎞ 이상의 다리로, 고대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다만 서기 367년쯤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레벤 지역역사박물관의 파벨 포포프는 로이터통신에 "강물이 잠시 물러나면서 평소 다뉴브강 아래 숨겨져 있던 유적을 드러내는 이런 순간이 고고학자들에겐 매우 귀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박물관 연구팀은 최근 드론을 이용해 드러난 다리 유적을 촬영하고 기초 구조물의 윤곽과 상태를 조사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불가리아 기겐 인근 다뉴브강 수위가 하락하면서 로마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의 명으로 건설된 교량의 기초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6일(현지시간) 불가리아 기겐 인근 다뉴브강 수위가 하락하면서 로마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의 명으로 건설된 교량의 기초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로이터=뉴스1

같은 시기 세르비아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이 스스로 침몰시킨 군함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인양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세르비아는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 나치 시대 침몰선 가운데 한 척을 처음으로 인양했다.

이 배들은 1944년 소련군의 진격을 피해 후퇴하던 독일 흑해함대가 발칸 지역에서 소련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스스로 가라앉힌 것들로, 당시 침몰한 군함은 최대 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에도 여름철이면 침몰선 일부가 물 위로 드러났지만, 올해는 폭염으로 수위가 평년보다 약 90㎝가량 낮아지면서 10척이 넘는 침몰선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날 80년 만에 침몰선 한 척을 인양했다며 앞으로 나머지 배들도 모두 인양하고 다뉴브강 정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최소 80척의 선박을 추가로 인양할 계획이며, 배 안에 남아 있는 포탄과 폭발물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작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도심의 마거릿 다리 밑에서 사람들이 다뉴브강 모래톱 위를 걷고 있다. 유럽 10개국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그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다./AP=뉴시스
지난 5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도심의 마거릿 다리 밑에서 사람들이 다뉴브강 모래톱 위를 걷고 있다. 유럽 10개국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그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다./AP=뉴시스

이처럼 유럽 곳곳에서 이어지는 이례적인 폭염과 가뭄은 다뉴브강뿐 아니라 라인강 등 주요 하천의 수위를 끌어내리면서, 수십 년에서 수천 년 전 역사의 흔적을 잇따라 수면 위로 밀어 올리고 있다.

루마니아는 다뉴브강 유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면서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고 헝가리 유일의 원전인 파크스 원전 역시 냉각수 부족으로 가동 44년 만에 처음 멈춰섰다.

앞서 부치치 대통령은 수위 하락으로 무역 활동이 위축됐고, 강 일부 구간은 수심이 너무 얕아져 임시 수로까지 만들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일시적으로는 고고학적 발견의 기회를 주지만, 근본적으로 유럽의 에너지·수자원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이즈보아렐레에서 루마니아 해군이 다뉴브강의 물길을 체르나보다 원자력 발전소 쪽으로 돌리기 위해 발라 수로에서 암석을 폭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이즈보아렐레에서 루마니아 해군이 다뉴브강의 물길을 체르나보다 원자력 발전소 쪽으로 돌리기 위해 발라 수로에서 암석을 폭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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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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