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키맨-AI 미래의 선구자들] ④ 량원펑 딥시크 CEO
전 세계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제기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으로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보다 먼저 세계 AI 업계를 뒤흔든 인물이 있다. 량원펑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 겸 CEO다.
에세이나 인터뷰, 공개 연설 등으로 대중 설득에 나서는 미국 AI 기업 수장들과 달리 량원펑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고요하다. 자신의 비전을 포장해 알리기보다 침묵 속에서 연구와 개발에만 주력해 왔다. 언론 노출 역시 극도로 자제해 온 탓에 세계가 그의 기술에 경악하는 동안에도 정작 본인은 대중의 시선 너머에 머물러 있다. 기술 하나로 세상을 흔들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외신과 업계에선 '은둔형 천재'라고 부른다.
일각에선 그의 '은둔'은 단순히 언론 노출을 싫어하는 개인적 성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해지는 상황이다. 그의 발언은 양국 간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의 불씨로 금세 확대될 수 있다.

1985년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난 량원펑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공학 분야에서 남다른 천재성을 보였다. 중국 명문 저장대학교에 입학해 전자정보공학 학사 및 정보통신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명실상부한 엘리트 엔지니어 코스를 걸었다.
학업을 마친 그는 자신의 천재적 알고리즘 설계 능력을 금융 시장에 투영했다. 2015년 동문과 함께 퀀트 헤지펀드 '환팡퀀트'(幻方量化·영문명 High-Flyer)'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전통적인 주식 매매 대신 딥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투자를 도입했고, 이 전략으로 환팡퀀트는 수십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중국 최대 규모의 퀀트 펀드로 폭풍 성장했다.
환팡퀀트에서 범용인공지능(AGI)의 가능성을 확인한 량원펑은 2023년 직접 AI 연구에 뛰어들었다. 금융 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수익을 극대화하던 알고리즘을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딥시크는 환팡퀀트가 축적한 자본과 AI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설립 2년 만에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2025년 1월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의 10분의 1 수준의 비용과 저사양 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성능을 구현한 AI 모델 R1을 선보이며 세계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R1 출시는 막대한 자금과 고성능 칩으로 최첨단 AI를 만들 수 있다는 미국 빅테크의 공식을 뒤흔드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당시 금융 시장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약 17% 급락하는 등 주요 기술주가 급락하는 이른바 '딥시크 쇼크' 사태가 지속됐다.

딥시크의 성장과 함께 량원펑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지만, 정작 그는 대중의 시선에서 한 발 더 물러났다. 량원펑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딥시크의 투자자 대상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그의 발언이 외부로 알려진 뒤 기업가치 7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가 일시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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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그를 줄곧 '낮은 자세를 유지해 온' 헤지펀드 창업자로 소개하며 개인적인 삶과 배경에 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량원펑은 2024년 7월 중국 매체와 인터뷰한 이후 별도의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며 딥시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뒤에도 그의 공개 활동은 제한적이었다.
량원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 그의 몸값은 폭발적으로 뛰었다. 지난 7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그의 순자산은 360억달러로 집계됐다. 세계 AI 모델 개발 기업 창업자 중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그의 순자산 규모는 딥시크의 중국 본토 상하이증시 기업공개(IPO) 계획 등에 따라 최대 520억달러(약 71조원)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