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에서 일하는 반도체 엔지니어 쉬 씨는 중국의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껴야 마땅할 것이다. 국가 미래에 핵심적이며 수십 년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쏟아지는 분야에서 고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날이 아무리 창창해 보여도 올해 29세인 쉬 씨는 선뜻 지갑을 열기를 주저한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부동산 가격 하락, 허술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자신이 버는 소득이 날이 갈수록 더욱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쉬 씨는 소비 "하향화"와 비관론의 분위기가 어디에나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저 역시 지금 압박을 더 많이 받고 있어서 밖에 나가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덜해요." 쉬 씨는 덧붙였다.
이처럼 자신감이 증발해 버리는 현상은 소름 끼칠 정도로 익숙하다. 쉬 씨를 비롯한 수백만 명의 눈에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갈수록 일본을 닮아간다. 1990년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장기간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시절의 일본이다.
인구 구조 악화, 고질적인 디플레이션, 소비 부진부터 활기를 잃은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 이르기까지 유사점은 도처에 널려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공공 및 민간 총부채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300%에 달해 일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를 괴롭혔던 정책적 패착을 피하기 위해 일본의 경험을 면밀히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닫는 소비자와 디플레이션 압력 같은 일본식 장기 침체의 징후는 중국 전역에서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경제학자 고(故) 이토 다카토시가 처음 고안한 지표를 최신화한 '일본화' 지수에서 중국은 지난 5년간 줄곧 일본 본국보다도 더 '일본화'된 상태를 기록했다.
이 모든 상황 위로 경제학자들이 인구 구조의 철칙이라 부르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일본 인구는 2009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반면, 중국의 인구 감소는 2022년에 시작돼 훨씬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제 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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