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LBO 재앙 부르는 부동산 대책

[더벨]LBO 재앙 부르는 부동산 대책

배장호 차장(M&A팀장)
2013.04.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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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

더벨|이 기사는 04월10일(10:16)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LBO(Leveraged Buy-Out)는 차입을 일으켜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보통은 차입에 대한 담보 조로 인수기업의 자산 또는 주식을 잡힌다. 현금 없이도 기업을 살 수 있고, 잘하면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LBO다.

자기 돈 100원으로 100원짜리 물건을 사서 200원에 되팔면 100원의 차익을 얻는다. 수익률은 100%. 이에 비해10원을 가진 사람이 90을 빌려(이자 10원) 100원짜리 물건을 사서 200원에 되팔면 무려 900%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반면 산 물건 가치가 떨어질 때 LBO는 재앙이 된다. 100원짜리 물건 값이 50원으로 떨어졌다 치자. 자기 돈만 들였다면 50원이라도 건지겠지만(50% 손실), 남의 돈 90원을 빌렸다면 돈 한푼 못건지고, 오히려 50원을 더 구해야 빚잔치라도 할 수 있다. 원금 대비 손실율이 무려 500%. 만약 수중에 가진 돈 없고, 빌릴 데도 없다면 파산자 신세를 면키 어렵다.

투자 위험이 워낙 높기에 기업가치를 제고할 확실한 전략이 없이 기업가치가 오르리란 막연한 기대만으로 LBO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아무나 LBO를 할 수 있는게 아니란 얘기다.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다. 이 위험천만한 LBO 거래가 대한민국에서는 일상처럼 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담보대출로 돈을 빌리는데, 이게 다름아닌 LBO다. 구입하려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다.

기업 LBO와 다른 게 있다면 기업 LBO는 인수자가 경영 활동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여지가 있지만, 주택 LBO는 인수자의 노력이나 염원과는 무관하게 미래의 주택가치가 정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용감한 거래를 감행하는 근거는 단 하나, '부동산 불패 신화' 때문이다. 1997년 IMF 위기 때가 있긴 했지만, 이후 10여년간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오히려 이 신화에 대한 믿음은 더 굳건해졌다.

LBO 방식 주택 구매가 뒷탈이 없으려면 대략 두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매입 후 주택 값이 올라주면 큰 문제가 안생긴다. 주택을 처분해 얻는 현금으로 대출 상환 뿐 아니라 차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계가 대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만 있다면 주택 값이 폭락해도 별 문제 없다.

반대로 주택 매입 대금의 대부분을 은행 빚으로 충당했는데, 주택 값이 급락했거나, 빚을 갚을 경제력도 없는 경우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대출 만기시에 상환을 못하면 살던 주택을 경매 처분 당할 수 있고, 경매 처분한 돈으로도 대출금을 다 못갚으면 신용불량자로 몰릴 수 있다.

과거 정부도 이같은 LBO식 주택 매매의 위험성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원하지 못하도록 LTV나 DTI와 같은 대출 한도 관련 규제를 가해왔다.

지난 4월 1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수요 진작책 중에는 생애 최초 구입자 내지 무주택자에 세금도 면제해주고, 저리에 대출을 양껏 쓰도록 LTV, DTI 적용을 완화해주겠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그런데 좀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낚시하는 느낌이랄까? 주택을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투자를 위한' 목적으로 매수한 이들의 엑시트를 돕기위해 집 없는 이들을 향해 미끼를 던진 형국이라고 하면 될까 싶다.

시기적으로도 묘하다. 북한 정권의 연이은 도발에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시점 아닌가. "요즘 강남 사람들은 금 사모으기 열풍이라더라"는 식의 흉흉한 얘기도 들린다.

내놓은 대책의 세부 내용들도 개운치 않다. 결국 빚을 내서 집사라고 부추기는 거 아닌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유인책을 보자.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 가구가 금년말까지 6억원·85㎡ 이하 주택을 생애최초로 구입할 경우 취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국민주택기금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3~3.5%로 내려주고, 또 연말까지 은행 자율로 DTI를 적용하고, LTV도 70%로 완화시켜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가계동향지표로 모델링을 해봤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 407만7000원, 월평균 지출은 321만6000원으로, 연 1000만원 정도를 저축한다. 추가 가정으로, 이 가구는 보증금 2억원 짜리 전세로 살고 있고, 지금껏 저축한 돈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했기에 은행 융자는 없다고 치자.

만약 이 가구가 정부가 내놓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을 통해 서울의 85㎡ 크기 아파트 평균 가격 수준인 5억원 짜리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3억원을 대출 받아야 한다. LTV를 70%까지 완화해주기에 대출한도는 문제가 없다. 금리는 3.3%고, 30년 거치 분할 상환의 혜택도 부여받는다.

이 가구가 30년동안 3억원 대출의 원리금을 다 상환하고 이 아파트를 완전한 내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간 2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로 환산하면 167만원으로, 월 83만원의 저축 원천을 가지고 있는 가계로서는 매월 84만원 가량의 지출을 더 줄여야만 가능한 금액이다.

대출기간 중 아파트 값이 올라주면 다행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락이 아니라 오랫동안 횡보하기만 해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50대 중반이면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들로서는 대출기간 중 정기소득 원천을 유지해야 하는 버거운 숙제도 풀어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반드시 부양을 시켜야 할만큼 생산적인 시장인지 잘 모르겠다. 굳이 인구통계학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1인 가구가 늘고, 자산 보유 우선순위에서 자동차를 집보다 우선 순위에 두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IMF 이후 무리한 차입으로 M&A를 했다 기업이 존폐 위기에 몰린 사례를 숱하게 목도해왔다. 가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주택시장을 활성화 하려고 가계에 빚을 권하는 정부가 다른 나라의 경우도 비슷한지 궁금하다.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경우 건설업, 이삿집센터, 부동산중개업 등 서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연관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참으로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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