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원리 무시한 청약제도

[기자수첩]시장원리 무시한 청약제도

송복규 기자
2006.02.15 16:00

"청약통장 괜히 만들었어. 1순위 됐다고 좋아했는데 바보짓이었지. 내 조건으로 청약 당첨은 어림없는 일인데 말이야."

며칠 전 저녁모임에서 만난 한 친구의 볼멘 소리다. 신도시 아파트 분양받고 싶어서 직장생활 첫달부터 청약부금을 꾸준히 부었는데 자꾸만 강화되는 청약조건에 내집마련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택지내 중소형 주택 청약자격을 무주택자로 한정키로 했다. 주택당첨도 무작위 추첨에서 가구주 연령, 구성원 수, 무주택 기간 등을 점수로 환산하는 방법으로 바꿔 당첨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신도시 건설방식을 공영개발로 바꾼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지어진 집에 누가 들어갈지도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공급되는 택지의 70% 이상이 공공택지임을 감안할 때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대부분을 정부가 통제하는 셈이다.

물론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국민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설 뿐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할 부분까지 간섭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아예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무주택 기준을 주택 면적이 아닌 금액(5000만원 이하)으로 정하려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과연 수억원에 달하는 공공택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서민 중심의 주택정책을 펴겠다는 의도는 알지만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바로 강남 집값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후 20여차례나 부동산 규제책을 내놨지만 강남 집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부 계획대로 청약제도가 개편될 경우 무주택자를 앞세운 투기가 판을 칠 것이 뻔하다. 정부는 나서야 할 부분과 맡겨야 할 부분을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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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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