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남미용실 풍경

[기자수첩]강남미용실 풍경

송복규 기자
2006.04.18 08:56

"다들 강남으로 오겠다고 난리인데 세금 무섭다고 집 팔 사람이 있겠어. 집값이 아무리 안 올라도 세금낸 만큼은 오르겠지."

"우리 형님은 대치동 집 팔아서 분당신도시 아파트 분양받아 들어갔다가 지금 얼마나 후회하는지 몰라. 이번에 큰 아들 결혼하는데 무조건 강남에 집부터 사야한다고 벼르더라구."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주말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 차례를 기다리는데 옆 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들의 대화 내용이 들려왔다. 정부 대책, 강남 집값, 세금 등에 대한 의견 및 정보 교환이 한창이었다.

3.30대책 발표 후 강남 아파트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강남 일반아파트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정부의 재건축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강남 아파트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실제로 강남권 대부분 아파트는 3.30대책 후에도 원래의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은 최근 평당 3000만원을 돌파했고 대치동과 압구정동에서는 40평형대 아파트가 평당 55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강남에서 20여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정부는 강남을 타깃으로 세금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그 정도는 전세 및 월세 임대료를 올리거나 집값 상승분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며 "현금 사정이 빠듯한 중산층이 문제지 강남에 3~4채씩 주택을 보유한 상류층에게 정부의 공세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수차례 경험했듯 '규제'로 일관된 수요 억제책은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어렵다. 정부는 올 하반기 다주택자들이 세금고지서를 받아보면 서둘러 주택을 처분할 것이라는 핑크빛 기대감에 취하기 보다는 강북 광역개발 등 강남 수요를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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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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