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으니 망정이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더니 이렇게 서민을 울릴 수가 있나요?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집니다."
직장인 A씨는 며칠 전 일을 떠 올리며 치를 떨었다.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썼는데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내집 마련을 위해 수년간 전셋집을 전전하며 알뜰살뜰 돈을 모았는데 집값 일부가 모자라 계약이 깨졌으니 화가 날만도 하다.
요즘 취재차 들르는 곳마다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자금이 넉넉한 투기꾼에게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당장 주머니 사정이 뻔해 은행 대출 없이는 내집 마련 꿈조차 꾸지 못하는 서민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몇 달 전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 때는 '노마진' 경쟁을 벌이며 대출상품을 팔더니 감독당국의 말 한마디에 대출 문턱을 올린 은행을 찾으며 느끼는 허탈감도 클 것이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규제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의 글이 수십건 올라왔다. "잡으라는 부동산 투기는 못 잡고 서민들만 잡는다", "대출 수요자 실태 조사나 하고 정책 결정을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등 대부분 금감원을 성토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묵묵부답'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담보대출 규제로 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방식으로 서민을 가려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집값을 잡는 것이 아무리 급해도 투기꾼과 실수요자를 가릴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은행 창구부터 막은 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을 위한 청약제도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돈이 모자라 계약을 포기하는 서민들이 없도록 다양한 서민용 대출제도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