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버냉키 랠리'의 진실

[기자수첩]'버냉키 랠리'의 진실

이경호 기자
2006.07.20 16:20

19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발언을 하자 국제 금융시장이 또 한번 요동쳤다.

증시와 금값은 뛰고, 달러의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미 증시는 1.8% 이상 올랐다. 엔화 대비 달러의 가치는 2주래 최고로 많이 떨어졌다. 시중금리의 잣대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0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유럽의 주요 증시는 2% 이상 올랐으며,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 남미 증시는 5% 내외 급등했다. 이어 20일 열린 아시아 주요증시도 일제히 3% 내외 급등하며 '버냉키 랠리'를 펼쳤다.

버냉키 FRB 의장의 인플레이션 관련 발언을 금리인상 중단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만약 예상대로 성장세가 완만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꺾이는 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 한 보통 성장이 둔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금리인상 압력도 사그러든다. 투자자들은 이 시나리오를 그대로 시장에 투영시켰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금리인상의 중단만 시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추가 금리인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버냉키 의장이 상원에서 한 발언은 모두 원론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기대와 반대되는 발언은 무시하고, 금리인상 관련 발언만 골라 들었다.

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의 잣대가 되는 경제 지표마저 무시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전 발표된 미국의 6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치보다 상승했다. 금리인상 압력은 더 높아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버냉키 의장 취임 이후 몇 차례 혼란을 겪었다. 버냉키 의장의 원론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에 화들짝 놀라 쏠려 다녔다. 이번 '버냉키 랠리'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은 머지 않아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준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다시 금리를 올리면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판단착오를 버냉키 의장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에게 손실을 보상받을 수는 없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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