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성장 운운해서 화가 날 지경이다." "수도권 투자를 묶어두고 어떻게 경기를 살리겠다는건지…."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기업인들을 만나러 제주까지 갔지만 기업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28일 열린 전경련 주최 '제주 하계포럼'. 권 부총리과 기업인들의 만남은 서로의 거리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났다.
양쪽의 인식 차이는 경기와 수도권 규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권 부총리는 "당초 예상한 대로 올해 5% 성장이 가능하다"며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기업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기업인은 "경기 전망이 이렇게 다르니, 하반기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수도권 규제에 대해서도 권 부총리는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혁신의 성과가 가시화되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기업 규제만 선진국 수준"이라는 불평이 돌아왔다.
그동안 폐지가 유력시됐던 출자총액제한 제도 역시 애매한 표현으로 혼란을 키웠다. 권 부총리는 "대기업의 경영 투명성, 재무 건전성, 주주에 대한 책임성은 선진국 만큼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기업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기업인은 "부총리가 원론 일색이다"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권 부총리의 `제주 나들이`는 기업인들에게 선물은 커녕 실망감만 안겨주었다는 평가다. 그나마 새로운 것은 오는 9월말까지 창업과 노동을 양대 축으로 하는 '기업 규제개혁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약속 정도였다.
권 부총리는 강연 후 식사만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과거 부총리들이 '제주 하계포럼'에 참석할 때마다 이틀 이상 일정으로 기업인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던 것과 비교된다. '역대 최단시간 참석'이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평소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권 부총리다. '양극화의 핵심은 일자리고, 일자리의 핵심은 기업'이라는 지론도 갖고 있다. 그런 권 부총리가 기업인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