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투자]②통계적 차익거래-1

[과학적투자]②통계적 차익거래-1

김형식 IFEA 회장
2006.07.31 12:36

차익거래(Arbitrage)는 같은 가격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들 간의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여 이익을 얻는 거래기법이다. 흔히 프로그램 매매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선현물간 차익거래나 M&A시 발생하는 리스크 차익거래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론적으로 무위험 차익거래의 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높으면 누구나 대출을 받아 무위험 차익거래를 할 것이므로 무위험 차익거래의 수익률은 이자율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고 위험 차익거래의 초과수익률은 리스크의 대가가 되므로 차익거래는 의미있는 초과수익률을 얻지 못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론 사이에는 넓은 간격이 존재하고 그 간격 안에서 의미있는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한 여러가지 차익거래 기법이 연구되었고 지금도 연구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기관 등에서 보유중인 포지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복잡한 금융공학 기법을 사용한 차익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보유중인 포지션의 제한조건을 감안하여 자동적으로 데이터마이닝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차익거래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차익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은 헤지펀드이다. 많은 헤지펀드들이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게, 시장에 헤지된 차익거래 포지션에서 수익을 얻고 있는데 특히 시타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등의 일부 헤지펀드들은 통계적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라는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통계적 차익거래란 넓은 의미에서 자산가격의 기대값과 현재 가격 사이의 차익거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가치투자도 펀더멘탈 분석에 의한 기대값과 현재 가격간의 차이를 이용한 일종의 통계적 차익거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통계적 차익거래라고 할때는 컴퓨터를 사용한 계량적인 접근에 기반한 좁은 의미의 차익거래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 차익거래의 간단한 예는 경마다. 경마에서 특정 말의 배당률은 경마참여자들이 생각하는 말의 우승확률의 역수다. 즉 배당률이 2배라면 그 말의 우승확률은 0.5 가 된다. 따라서 어떤 말에 거는 것도 1배 이상의 배당률을 가져다주지 못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인기마에 사람들의 베팅이 쏠려 인기마의 우승확률이 고평가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말 2마리가 경주하는 경마에서 인기마의 실제 우승확률이 0.8 이고 비인기마의 우승확률이 0.2 이어서 배당률이 각각 10/8배, 5배 여야 정상인데 인기마에 베팅이 몰려 배당률이 10/9배, 10 배가 되었다고 하자.(즉 우승확률이 각각 0.9, 0.1 로 왜곡된 것이다.) 이 경우에 비인기마에 1원을 걸 경우 기대값은 0*0.8 + 10*0.2=2 가 되어 확률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된다.

즉 통계적 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인기마의 우승확률이 높으므로 한두번의 경주에 전체 자본을 건다면 확률상의 우위를 누려보기도 전에 게임에서 아웃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자금관리 전략들이 수학적으로 잘 개발되어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하면 된다.

금융시장에서의 통계적 차익거래도 앞서 경마의 예와 동일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그 대상이 금융상품이고 차익거래를 위해서 복잡한 여러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경마에서도 실제 우승확률을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듯이 금융시장에서도 자산(혹은 복잡한 자산 포트폴리오나 변동성 등)가격 움직임의 확률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여기에 거의 모든 자원이 투입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연구의 방향은 특정상황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확률이 높은 패턴들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된다.

이런 패턴들은 대개 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비효율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경직성의 원인은 제도 때문일 수도 있고, 시장참여자들의 행태 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조건적인 손절매 규칙 같은 경우 참여자들이 현재의 행동을 과거의 매입가격과 연결시켜 결정하게 하므로 일종의 경직성으로 작용하여 랜덤하지 못한 패턴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무작위적이지 않은 패턴을 찾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존에는 비효율성의 원인에 착안하여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을 검증하는 방식이 많았다. 즉, 탑-다운 방식인데 이러한 방식은 모델이 설명하는 범위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때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던 헤지펀드인 LTCM도 변동성 모델이 현실과 오랫동안 괴리되어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이것이 파산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최근의 경향은 모델을 먼저 만들지 않고 과거의 데이터에서 출발하는 바텀-업 방식이다. 이는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데이터에서 직접 패턴을 뽑아내는 방식에 가까운데, 이러한 접근방법을 사용하면 탑-다운 방식보다 좀더 미시적이고 현실에 가까운 모델들을 만들어 낼 수가 있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모델링하게 되므로 수익을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

이러한 기법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계산이 필요해지므로 많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게 되고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데이터마이닝 분야 등의 최신 연구성과도 활발하게 적용된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1회에 언급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도 이런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전통적인 재무학보다는 데이터를 통계처리하고 모델링하는 능력이 훨씬 중시되어 이에 익숙한 순수과학 전공자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신문에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이공계 전공자들을 활발히 채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이공계의 금융권 진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공계의 정체성을 그대로 가지고 관련 연구를 계속하며 금융권에서 살아남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에서와 같이 자신의 전공 분야의 논문을 꾸준히 학술저널에 내면서 한편으로는 그 연구를 사용하여 새로운 거래기법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앞으로 나타날지의 여부는 과학적인 기법이 실제로도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이공계 전공자들이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김형식([email protected]) IFEA(http://cafe.naver.com/volanalysis)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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