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추석명절과 휴일이 어우러진 10월초의 긴 휴식시간 동안 고향을 갈 것인지, 간다면 무엇을 타고 갈 것인지, 며칠을 머물 것인지 등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계속해야 한다. 최근 우리 경제도 큰 선택의 기로에 당면해 있다. 바로 한미 FTA와 신BIS협약과 관련된 것이다.
3차협상이 진행중인 한미 FTA는 양국간 무역관세 철폐가 주된 목표이나 금융부문에서도 국경간 거래, 서비스, 자본이동 등에 대한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다. 2차협상 결과 국경간 거래는 도매금융만 허용하고 신금융서비스는 감독당국이 상품별로 허가하도록 했다.
한편 국내은행들은 또 다른 국제적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2004년 공표한 신BIS협약(일명 Basel Ⅱ)의 도입이 그것이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외환위기시 부실은행의 퇴출 기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중인 외환은행 매각결정의 근거로서 중요성이 알려져 있는데 이 제도가 바뀌는 것이다.
한미 FTA와 신BIS협약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우선 FTA가 한미간 양자 협상이라면, 신BIS협약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를 매개로 한 다자간 협상의 결과다. 또한 FTA는 신금융서비스나 국경간 거래처럼 은행의 외적 영업환경을 변화시키는 반면, 신BIS협약은 은행이 자체 여신시스템 등 위험관리문화를 선진화해야 하는 내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두 가지 모두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국간 신뢰할 수 있는 협상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한미 FTA 체결시 국내은행들의 경쟁범위가 넓어지고 국경 없는 금융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국내은행들이 자신감을 갖고 적극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내부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구한말 대책없이 서양 함포에 대항했던 것 처럼 국내은행은 고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침 국내에 2008년 1월을 도입목표로 추진중인 신BIS협약은 은행들이 각종 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 금융계에서 통하는 차세대 첨단무기라고 할 것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국내은행이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 등 대출조건을 보다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전반적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은행이 국제추세를 반영하면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형식만 갖추는 쉬운 길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려워도 냉정히 국제경제와 국제금융 조류를 파악하고 은행 생존전략을 세워나가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이때 정책결정자들이 책임감 없이 특수사례를 주장하며 편의적으로 정책을 좌지우지하면 그 폐해가 매우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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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자의 판단에 따라 민족의 흥망이 결정된 역사적 사례가 많다. 가나안 땅 정복을 주장하여 마침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밟았던 여호수아와 갈렙의 경우는 선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사례이고, 조선중기 국제정세를 간파하지 못한 채 율곡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했던 선조와 당리당략에 집착했던 당시 중신들의 시대착오적 판단은 결국 왜란을 초래하는 뼈아픈 역사를 만들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 세계화, 개방이 화두였던 시기의 실패와 성공도 있지 않은가? 97년 외환위기는 실패 사례로, 96년 유통시장 개방 후 국내 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나 98년 일본과의 대중문화 개방 후 한류열풍은 성공사례로 기억된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내부의 경쟁력이었다. 국내은행이 신BIS협약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여 경쟁력을 제고한다면 한미 FTA로 대변되는 세계화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