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모 금융기관 관계자가 저축은행 주주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논 적이 있다. 최대주주가 부실화된 경영상태나 재무상황은 무시하고 우량 저축은행 이상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진척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는 "저축은행 전체가 A+ 성적표를 받지 못했음에도 타 저축은행이 거둔 성과를 자신의 성과로 오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마치 벤처버블 당시 청년사업가나 주식투자가들이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실업체의 경우 현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고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저축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부실저축은행들은 사정이 딴 판"이라며 "차라리 영업정지까지 기다려 망한 이후에 인수하는게 속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저축은행 전체의 성장세는 좋다. 지난해 사상최고인 7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올해 9월 현재 자산규모가 47조원대로 성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각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봐도 장미빛 색채가 물씬 느껴진다.
문제는 시급히 정리되어야 하는 부실저축은행들이 이런 분위기에 취해 긴장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저축은행은 대부분 지난 신용위기 당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급히 조치가 필요한 곳들인데, 업황개선으로 그나마 처리시간이 연장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들 부실저축은행의 경영환경이 좋아질 여건도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업계가 거둔 7000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대형사 20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현재 부실저축은행의 처리는 재건축이 필요한 아파트 공사가 입주자들의 욕심으로 지연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부실저축은행 처리가 미뤄지면 업계 뿐 아니라 예금자, 중소기업 등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부실저축은행 사주나 경영진들이 고객을 위해 희생했다는 훈훈한 기사를 쓰는 일이 한번이라도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