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30년 만에 호황을 맞고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 "경착륙할 수도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결정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한 후쿠이 총재와 권 부총리의 경기관은 이처럼 달랐다.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는 공통 전제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이제 회복됐다"고 선언한 일본과 단기 회복세를 접고 하강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엇갈린 처지상 두 사람의 시각차는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수많은 지표와 복잡한 모델을 동원해 만든 경제전망도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정확성도 상당히 떨어져 발표될 때마다 논란이 일곤 한다.
IMF가 매년 4월과 9월 내놓는 경제전망 역시 틀리는 게 예사였다. 지난해 9월 제시한 한국의 그해 성장률 전망치는 3.8%였다. 이는 실제보다 0.2%포인트 부족했다. 당시 5.0%로 잡은 올해 전망치 역시 지난 4월 5.5%로 상향 조정되더니 불과 5개월 만에 5.0%로 되돌아갔다.
이런 `널뛰기'는 세계경제 전체로도 별반 다르지 않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가 각각 5.1%, 4.9%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에서 0.2%포인트씩 상향 조정된 것이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편차는 더 벌어진다. 내로라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을 거느린 IMF는 전망이 번번이 빗나가자 `꾀'를 냈다.

영란은행이 활용하는 부챗살 모양의 확률분포(`팬차트') 도입이 그것이다. 이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의 전망치를 하나의 수치 대신 통화정책위원회 위원들의 주관적 기대를 감안해 범위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IMF의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팬차트(왼쪽 그래프)는 6%에서 2%대 중반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공식 전망치(4.9%)를 중심으로 하단이 넓다. 경기하강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IMF로선 최소한 전망치가 좀 틀려도 변명할 여지가 많아진 셈이다.
`팬차트'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해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IMF의 `묘수'를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우선은 경제전망에 미인대회식 평가기법이 도입된 것같아 개운치는 않다.
IMF가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경고한 대목을 보자. 이유로는 미국 주택시장 냉각,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유가의 재반등 우려 등을 댔고, 확률은 6분의1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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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엄밀하게는 경착륙 가능성이 17%에 달하는 게 아니라 이코노미스트 6명 중 1명이 경착륙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힘 있는' IMF의 경고였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경제통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통계가 과학적 픽션의 하위 장르라는 점을 알 것"이라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충고를 따르자면 IMF의 `인간적인' 접근에 오히려 박수를 보낼 일이다.
나아가 "경기가 호전될 수 있는 반면 악화될 수 있다"는 식의 알쏭달쏭한 표현 대신 "하강 위험이 더 크다"고 밝힌 것은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찾던 `외팔 경제학자'에 가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