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공무원 열기와 부동산 열풍

[광화문]공무원 열기와 부동산 열풍

홍찬선 기자
2006.10.12 11:22

한국의 성장잠재력 갉아먹는 '가마솥 개구리 증후군'

약 40년째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한 중견기업 회장은 업무상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한다. 공항을 꽉 메운 승객 가운데 일하러 가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어렵고, 골프치고 놀러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달러가 아쉬워 해외 주문을 따고 선진기술을 배우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조차 몇 날 밤낮을 고민해야 했던 것이 불과 30여년 전인데, 조금 먹고 살게 됐다고 외화를 이렇게 펑펑 써도 되느냐는 지적이다.

전 세계가 한 마을로 통하는 지구촌 시대에서 해외 나가는 것에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임에 틀림없다.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시계추처럼 학교에 왔다갔다만 하는 먹고 대학생도 뭔가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놀고 골프 치러 해외에 나가도 느끼고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일본의 개항기 지식인들이 스스로 신사유람단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 신문명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위험한 뱃길에 올랐던 것은 현장체험학습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방영주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메이지유신을 단행해 근대화의 초석을 다지고 ‘아시아의 비극(Asia Tragedy)'을 극복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구한말 지식인들은 위정척사(衛正斥邪)의 명분론에 휩싸여 거대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근대화에 뒤떨어져 한 수 아래로 폄하하던 ‘왜국’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죽도록 일만 한 죄 없고 선량한 백성들을 식민지의 도탄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선 해외에 나가 선진문물을 배워오는 ‘신사유람단’이 활성화돼야 한다.

신사유람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고 실천하겠다는 도전정신이 핵심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많은 기업과 나라는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퇴보의 길을 면치 못한다.

앞의 회장이 안타까워 한 것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많아도 신사유람의 정신을 가진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공무원 합격자 2756명은 18만만여명이 응시해 68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 지난 1일에 실시된 서울시청 9급 공무원 필기시험 응시자는 총 9만7765명으로 10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과거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일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젊은이들이 이런 직장에 모이는 이유는 일하기 편하고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급여도 남부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패기발랄한 젊은이들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탐험해 새로운 것을 이루려고 하는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미래가 밝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일자리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일정한 돈이 있는 사람들은 땅 보러 다니기에 바쁜 것은 더 큰 ‘한국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부동산 값을 잡겠다고 거의 매월 부동산값 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전 세계가 난리인데도 부동산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는 개인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는 효율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부동산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멘트 덩어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쓰여져야 할 돈들이 시멘트 덩어리를 누가 더 비싸게 사는지 경쟁에 쏟아 부어지고 있는 욕망으로 가득 찬 바보들의 대행진이 벌어지는 ‘구성의 오류’가 확산되고 있다.

멀쩡하게 ‘일류대학 인기학과’를 졸업한 뒤 한의대에 다시 들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가 잃은 가장 큰 자산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 보겠다’는 도전의식이었다. 안전선호는 서서히 데워지는 솥에 들어있는 개구리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지다. 현재의 아늑함에 빠져 눈앞에 닥쳐있는 위기와 미래의 큰 흐름을 타기 위해 도약하지 않으면 안락사 당하고 만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최근 들어 일은 열심히 하지만 가난한 사람(Working Poor)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는 ‘공무원 열기’에 쌓이고, 부자들은 ‘부동산 열풍’에 들떠 있어 사회적 부가가치가 점점 줄어들고, 줄어든 부가가치마저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탓이다.

북한 핵실험 소식에도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는 불감증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안전선호 증후군=가마솥 개구리 증후군’이다.

교육부 폐지해야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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