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며서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도 이에 걸맞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 편의성에 맞춰 획일적으로 표시하던 유통기한은 최상의 제품을 소비자가 맛 볼 수 있게 하는 기준 역할을 했지만 식품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소멸시키는 부작용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식품시장 40조원이라는 규모가 말해 주듯이 제품의 종류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한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이들 제품의 유통기한 표시는 과거에서 한 걸음도 발전하지 못한 채 획일화된 과거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제품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기간만으로 제품의 많은 부분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이 동일한 형태로 표시되면서 소비자에게 유통기한이란 불안심리를 해결해 주는 안전성의 잣대로밖에 비쳐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획일적인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와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장류다. 김치와 장류는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고유의 먹거리로써, 유통기한의 설정도 특성에 맞춰 표시돼야 하지만 사정을 그렇지 못하다.
우리 조상은 발효균이 식품의 변질을 막아주고 유익균을 활성시켜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을 알고 김치, 간장, 고추장, 된장을 담가 먹었다. 오랜 발효를 통해 장을 담고 김치를 입맛에 맞춰 다양하게 익혀 먹었다. 또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찌게 재료로 활용하는 등 요즘의 유통기한에 관계없이 즐겨 먹었다.
그러나 이러한 김치, 장류가 근래에 와서 대량 상품화 되면서 유통기한의 틀에 갇혀버렸다. 그 후 김치와 장류는 그 참 맛을 잃어버렸고 중국, 일본 등의 제품과 경쟁에서 우위의 기회를 상실했다.
유통기한 표시는 상품의 다양성, 고유성에 맞춰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김치를 예로 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싱싱한 맛을 원하면 냉장고에 보관 후 30일 이내 드시고, 신김치를 원할 경우 상온에 보관 후 드십시요. 또 김치의 신맛이 너무 강하면 김치찌개용으로 사용하세요"
식품위생법은 유통기한의 정의를 '시중에 유통을 시킬 수 있는 기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최상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먹을 수 있는 기한'과는 의미가 다르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경우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을 자율화해 생산업체 스스로가 유통기한에 관련된 책임과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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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지만 소비자가 식품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접하지 않고 고유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유통기한에 대한 국민의 의식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