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순환출자 금지 유감

[광화문]순환출자 금지 유감

홍찬선 기자
2006.11.02 10:04

"사람은 살아가면서 3가지 중요한 선택을 한다. 직업과 배우자, 그리고 가치관이 그것이다. 어떤 직업과 배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듯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진다."

50대 중반에 창업해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70대 회장이 최근에 어느 포럼에서 한 말이다. "기업가가 설렁설렁 경영하면서 돈 빼먹을 궁리만 하면 기업이 절대로 발전할 수 없으며 세금 낼 것은 내고 임직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면서 치열하게 경영하겠다는 가치관을 가져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 회장이 강조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었다. "과거에는 농업이 국가의 부(富)를 만들어 내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지만 이제는 올바른 기업가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자천하지대본(企者天下之大本)"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창조적 파괴'를 해야한다고 했던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3가지 동기로 분석했다. 자신의 제국과 왕조를 건설하려고 하는 꿈과 의지가 첫째요, 투쟁의욕과 성공의욕으로 무장한 정복의지가 둘째며, 창조와 성취의 기쁨이 셋째다.

이런 3가지 동기로 똘똘 뭉쳐졌던 이병철 정주영 조중훈 박태준 회장 등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인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항공 등의 5대 산업이 만들어졌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물론 창립 초기에 정책지원이 적지 않았지만 성공의 가장 큰 동력은 그들의 왕국을 세우겠다는 불굴의 정복의지와 성취의 기쁨을 맛보려고 한 기업가 정신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없애는 대신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외환위기 때 출총제를 완화해줬더니 문어발식 확장이 확대된 것을 볼 때 출총제를 없애면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확대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줄도산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순환출자를 금지해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가 정신의 씨가 마르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니시가키 코지 전 NEC(일본전기) 사장은 "일본 D램 업체가 삼성전자에 추월당한 이유는 자본조달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 D램 업체는 대출로 필요자금을 조달해 이자부담이 컸지만 삼성전자는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자금부담 없이 장기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한국 재벌들이 성공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로 볼 때는 문제가 많을지 모르지만 자본과 기술과 사람이 부족했던 개발초기에는 독특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환출자 금지는 과거의 잘못을 현재의 잣대로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못된 기업(특히 오너)을 응징하기 위해 대다수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찬성과 반대(For and Against) 패러다임'으로는 21세기 경쟁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논란은 이제 중지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문제해결형 대안제시 정책이 훨씬 효율적이며 효과적이다. 순환출자를 앞으로 금지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이뤄진 순환출자를 강제적으로 해소하도록 함으로써 약화될 경쟁력을 누가 좋아할지 공정위는 모르는 것 같다.

공무원 열기와 부동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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