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벼랑 끝 부동산 대책

[광화문]벼랑 끝 부동산 대책

정희경 부장
2006.11.09 12:30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불요불급한 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을 일정한 규모로 억제하던 때가 있었다. 그룹별로 여신한도와 총거래한도가 있었고, 은행별로도 한도가 설정됐다.

당국은 필요한 경우 창구지도도 마다하지 않았고, 은행들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내세워 신규 대출을 중지하기도 했다.

여신 규제는 지금 와서 보면 매우 후진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당시 재벌들엔 위력적이었다. 재벌들은 명분이 신규 사업 진출이든, 투자 확대든 값싼 은행 돈을 빌려 공장부지만 사둬도 남는 장사여서 은행 앞에 줄을 섰다.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대출 총량 규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 제도가 떠올랐다. 자금을 사용하는 주체가 재벌에서 '부동산 투기꾼'으로 바뀌었을 뿐 규제의 대상(불요불급한 투자)이나 방식(창구지도)은 닮은 꼴이다.

정부의 판단대로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강제적인 '돈줄 죄기'는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금융시장 일각의 관측대로 한국은행이 금리까지 올려준다면 집값은 더이상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먼지가 켜켜이 앉은 문서창고를 뒤지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성원하고 싶지만 섣부른 금융규제가 부동산시장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마치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인사는 최근 주택 소유 제한은 물론 필요하면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청와대 비서관은 금융을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악의 축'이라고 묘사했다. 모두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들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과격한 대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부동산에 사실상 올인하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참여정부는 그동안 굵직한 대책만 반기에 1차례씩 내놓았다. 강도는 매번 높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10·29, 8·31 등 종합대책이 나오면 일시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은 수개월 지나 고개를 더 높게 들었다. 거품 크기는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2002년 7.6%에서 2005년 상반기 17.0%로 커졌다(삼성경제연구소). 이는 영국(34.7%)보다는 작지만 미국(15.4%)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잇단 대책이 부족해 극약처방까지 저울질하는 것도 그동안 실패의 방증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는 정부가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대책을 만들겠다.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잡겠다"고 의욕을 부리며 설익은 대책을 계속 내놓은 때문이다.

벼랑 끝 전술은 극단적인 만큼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또한 일방만 최선을 얻는 것이어서 후유증도 크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이라 하지 않았나.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앞서 그동안 너무 성급하게 대응하지는 않았는지, 시장을 면밀히 읽지 못한 것은 아닌지 등을 성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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