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대한민국에는 유령이 들끓고 있다. 그 유령은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약속을 공약(空約)으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게다가 배달민족을 모두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싸이도록 만드는 강한 전염성도 지니고 있다.
3명만 모이면 고스톱 칠 정도로 도박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라는 유령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사람만 모이면 화제의 90% 이상은 부동산이다. 전문적인 투기꾼은 말할 것도 없고 절대로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던 샐러리맨과 세상 물정 잘 모르던 주부들도 모여 더 나은 부동산 투자정보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넘치는 돈+부의 양극화+토지보상비+막차심리=부동산 유령
부동산 유령은 시중에 넘쳐나는 과잉유동성과 갈수록 심해지는 부(富)의 양극화 및 수십조 원에 이르는 토지보상비와 서민의 막차심리가 뒤엉킨 합작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매월 발표하는 ‘통화정책방향’에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과잉 유동성 상태임을 인정하는 문구가 2003년10월부터 36개월 연속 들어가 있다. 시중에 돈이 많으면 돈의 량을 적정 수준으로 줄여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한은에게 주어진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몇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금리를 올리고 과잉유동성을 제때에 흡수하지 못해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원인(遠因)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의 양극화가 부동산 값을 부채질하는 이유는 부자들의 기대수익률이 서민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돈이 부자들에게 집중되고 연10%이내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자들이 부동산 투기에 몰리면서 땅과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른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토지보상비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풀린 토지보상비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중 20조원 가량이 서울 강남과 인근지역 아파트로 흘러 들어온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던 참여정부의 말을 믿고 있던 집을 팔았거나, 집사기를 늦췄던 서민들은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부동산 유령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 담보만 제공하면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는 과잉유동성 상황이 서민들을 위험한 부동산 투기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아우성이다. 지금 못타면 영원히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막차심리가 거품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네덜란드 튤립열풍, 코스닥 광풍 등 모든 버블은 터지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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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등장한 버블(거품)은 모두 과잉유동성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160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와 1700년대 영국의 남해회사 거품 및 1920년대 미국의 주가 폭등, 그리고 1990년대 말의 코스닥 광풍 등. 그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없다.
또 이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도 것도 변하지 않는 역사법칙이다.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환상과 지금이라도 거품에 뛰어들지 않으면 영원히 뒤쳐질 것 같은 불안에 휩쓸려 거품을 키우지만, 결국은 태풍이나 지진보다 더 무시무시한 생채기를 남기고 허무하게 사라진다.
과잉유동성과 양극화 및 토지보상비는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며 막차심리는 그것이 초래한 비극이다.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겠다고 장담하던 참여정부에서 오히려 부동산 값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역설이기에 앞서 분통을 느끼게 한다.
바깥에선 열전(Hot War)과 냉전(Cold War) 시대가 지나고 ‘무형자산 전쟁(Intangible War)’이 치열하고, 21세기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자원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지구의 외톨이 섬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반도는 부동산 도깨비에 홀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시멘트 덩어리 값 경쟁을 벌이는 한반도 유령을 물리쳐줄 백마 탄 기사는 언제쯤 올 것인가. 광야의 절망이 일제 식민지 때 못지 않은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