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시세 변화는 월스트리트의 상여금과 밀접하게 연동돼 왔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가였던 찰스 킨들버거의 말이다.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투기광풍을 생생히 분석한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부동산 및 주식시장 거품의 상관관계를 다룬 대목에서였다.
국내에서도 여의도 증권가에 근접한 목동의 집값이 코스피 지수와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는 보고서가 있었다. 과거에 상관관계를 보였고, 올 초 목동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증권사들이 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안겨주면서 목동의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투자주체나 방식이 다를 것 같은 부동산과 주식은 거품이 만들어지거나 꺼질 때 서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건설회사나 은행 등 부동산과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부동산으로 부가 늘어난 개인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주식을 산다. 이와 반대 방향으로 주가 급등에 힘입어 큰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은 더 크고 비싼 주택을 매입한다. 이처럼 '풍요'는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쉽게 확산된다.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때는 '고난'이 교류된다. 특히 단기 차입에 의존하는 주식투기자와 달리 장기대출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자는 반응이 늦지만 서서히, 그러나 어김없이 넘어진다고 한다. 자산가격 붕괴와 함께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이 생생한 사례다.
최근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집값 거품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수위를 높인 11·15대책이 발표된 지 8일 만에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율을 높였다. 한은의 지준율 조정은 16년 만으로 사실상 금리인상이다. 금융통화당국의 이같은 대응은 작지 않은 거품을 인지한 때문 아니냐는 게 시장 일각의 관측이다.
물론 정부는 요즘 거품을 언급하지 않는다. 주로 민간 차원에서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올 봄 정부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을 경고한 것과 비교된다.
사실 올해 우리 증시가 지난해보다 부진했고, 주택대출도 점차 억제되는 추세여서 '풍요'가 확대 재생산될 여지는 축소됐다. 오히려 걱정할 게 있다면 거품의 붕괴 여부다. 부동산에 20∼30%가량의 거품이 끼었고, 그 거품이 터진다면 파장은 증시를 넘어 경제 전반에 미친다. '고난'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전문가들은 거품은 꺼지기 전에 모른다고 말한다. 정부가 일본의 실패 경험을 숙지했을 터여서 자산가격의 과도한 붕괴나 패닉은 차단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높아 앞으로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다. 그래서 "과거의 금융위기에서 배우고 미래에 발생할 금융위기에 진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킨들버거의 경고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