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김폴레옹'의 변신

[광화문] '김폴레옹'의 변신

정희경 경제부장
2006.12.21 10:42

'김폴레옹' 김성호 법무장관이 검사 시절 얻은 별명이다. 크지 않은 키에 온화한 표정의 그가 수사에서는 너무 철저해 법무장관을 지낸 이종원 변호사가 키 작은 나폴레옹에 빗대 붙여주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대검 중수부에서 4·3·2과장을, 서울지검의 특수 3·2·1부장을 차례로 역임한 검찰 내 손꼽히는 특수 수사통이다. 재벌 총수들을 대거 법정에 세웠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도 맡았다.

그런 김 장관이 '재벌총수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경제개혁연대)에 직면했다. "법무(法務)장관이 아니라 법무(法無)장관"이란 비아냥(민주노동당)까지 샀다.

그의 과거 이력을 감안하면 참 의외다. 직전 2년7개월여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외도'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직을 검찰에서만 보낸 그다. 재벌과는 우호적인 관계가 없었을 것같은 김 장관이 취임 4개월 만에 시민단체로부터 '친재벌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과거 분식에 대한 선처 방침 때문이다.

그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과거 분식회계를 올 회계연도까지 자신 신고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최대한 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듯 "기업의 기는 살려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법적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순위가 경쟁국에 뒤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업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 남소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반소(맞소송)로 허용하고 창업과 관련한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특히 상법 개정안 가운데 재계가 반대하는 이중대표소송, 회사기회 유용 금지 등에 대해서도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법적 규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그의 '변신'은 무죄라고 본다. 오랜 특수수사 경험을 통해 재벌문제를 꿰뚫고 있을 법한 그의 실용주의적 접근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법 집행은 엄정해야겠지만 과도하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과거 기업들의 회계분식 문제만 보자. 분식을 강도 높게 처벌하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과거 부득이하게 이뤄진 행위에 대해서도 날선 칼만 세울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이미 감리면제와 조치경감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연내 고해성사하도록 독려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는 앞서 집단소송제 시행을 2년간 유예해 주었다.

기업들이 과거의 분식회계 문제를 털어내지 않으면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고, 그 파장은 해당 기업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및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며 상장기업들에 읍소에 가까운 최후통첩을 했다.

이제는 기업들이 화답할 차례다. 적어도 용기를 낸 김 장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해성사에 나서 분식의 강을 건넜으면 한다. 감독당국과 법무부의 유예조치 시한도 얼마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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