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악법도 법이다

[광화문]악법도 법이다

정희경 경제부장
2007.01.11 12:52

LG텔레콤의 수장을 맡았던 남 용 사장은 지난해 7월 동기식 IMT 2000 사업권 취소의 법적 책임을 지고 퇴진하기 직전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칭한 '악법'은 기간통신역무의 허가가 취소되면 당연직 대표이사가 퇴직해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었다. 범죄 등으로 사업허가를 취소했을 경우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더구나 동기식 방식은 세계 주요 통신업체들의 외면으로 사실상 사장된 기술이어서LG텔레콤(15,330원 ▼170 -1.1%)으로선 정부와 다퉈볼 여지가 있었다.

남 사장은 그러나 "공무원들의 고민도 이해한다"며 '독배'를 택했다. 논란이 많았던 법을 따른 결과 개인(남 사장)이나 회사(LG텔레콤)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그는 5개월 뒤 LG전자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LG텔레콤도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매우 적은 비용으로 차세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LG텔레콤 측이 당시 정보통신부 앞에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면 둘 다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

남 사장의 경우는 특수한 사례지만 사실 법을 지켜 얻는 혜택은 결코 적지 않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법·폭력시위 등으로 법과 질서를 제대로 안 지켜 경제성장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67개국의 법·질서지수와 경제성장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법·질서 준수 수준을 유지했다면 1991년부터 10년간 연간 1%포인트 안팎 추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곧 불법과 무질서로 성장률 1%포인트를 날려버렸다는 얘기며, 제도적 환경의 후진성이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과거 파업 손실은 하나의 반증이 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년간 현대차 노조는 모두 335일의 파업을 벌였고, 이 기간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대수가 금액으로 10조540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매년 파업으로 5270억원의 매출 차질이 빚어졌다는 계산이다.

기아자동차를 포함해현대차(471,000원 ▲5,500 +1.18%)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5%를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갈등은 대부분 합법적이었더라도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사회적 비용의 축소는 올해 더욱 절실한 과제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립과 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 데다 경기둔화마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신년 대담차 만난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를 걱정하면서 경쟁과 협력을 소망했다. 그는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자신에게는 가을 서리같이 엄격하게, 남에게는 봄바람같이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대신 '지기춘풍 대인추상' 분위기가 사회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주체들이 먼저 스스로를 다스린다면 올 경기둔화는 보다 쉽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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