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가 지난해 5.0% 성장한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매월 갖는 모임에서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한국경제가 결코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한핵개발 폭풍, 원화강세와 고유가 및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난맥상을 뚫고서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이룬 것은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한국경제의 저력”이라는 분석이다. 원유 같은 천연자원과 원천기술 같은 경쟁력의 원천을 상속받지 못한 한국경제가 5% 성장한 것은 조로(早老)현상이 아니라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주위에서 ‘경기가 나빠 살기 어렵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기적처럼 높은 성장률을 좀처럼 실감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무엇이 이렇게 숫자와 체감 경기의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가.
기적적인 5% 성장 vs 바닥권 체감경기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고통 받는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밥집과 호프집 등을 차렸다. 그렇게 생긴 자영업체가 적게는 40만개, 비공식적으로는 1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가구 수가 1200만 세대(1인 세대 포함 시 1700만)인 것을 감안하면, 친인척 가운데 자영업을 하는 가구가 반드시 1~2세대는 있는 셈이다.
여론형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택시 기사들이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교통체증과 버스중앙차로제 등으로 손님이 줄어드는 와중에 대리운전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갈수록 승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보통1종 면허를 갖고 일자리를 잃으면 택시운전에 나서니 벌이가 시원찮게 마련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기득권 계층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다. 의사 변호사 한의사 회계사 기자 등, 과거에 잘 나갔던 직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 여론형성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경기상황을 실제보다 과장해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으로 내수(內需)였던 소비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되고 있는 것이 체감경기를 어렵게 만든다. 입고(衣) 먹고(食) 자는(住) 생활필수품은 물론 놀이와 문화체험 등이 국경이란 테두리를 넘어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다.
옷과 전자제품 및 농산물 등은 중국제품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름과 겨울 휴가 때, 한국 관광지는 외국과 손님 끌기 싸움을 벌여야 한다. 과거엔 제주도나 동해안 등으로 피서나 피한을 갔지만 지금은 동남아시아로 발길을 돌린다. 학원과 학교도 미국 캐나다 등의 학원 및 학교와 직접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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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글로벌경쟁=밖으로 새는 구매력
먹고 입는 것만 수입품이라면 사정은 그나마 나을 것이다. 최근 들어선 문화소비도 수입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뮤지컬 전시회 등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것이 외국 작품이다.
한국 소비의 중추를 담당해야 할 중산층은 정상적 소비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살인적인 사교육비와 집값 때문이다. 쥐꼬리만큼 남은 소비여력마저 소비의 세계화로 구매력을 외국으로 빼앗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교통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등으로 소비의 세계화는 더욱 빠르고 폭넓게 확산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개인은 물론 국가가 모두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의 따뜻함에 빠져 결국 삶아죽고 마는 개구리를 닮아 있는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깝다.1997년을 닮아가는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