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로 2시간30분. 설 연휴 직전 10여년 만에 가본 부산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해운대 인근에 자리잡은 고층 빌딩, 뉴욕의 조지워싱턴브리지를 연상케 하는 광안대교 등은 이국적이었다. 누리마루가 있는 동백섬을 산책하면서 부산이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다.
그것도 잠시. 도심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는 의외의 말을 던졌다. "갈수록 살기 어렵네요. 사람들이 계속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죠…." 해변의 고층 아파트들은 서울과 비교해 손색이 없지만 미분양된 게 적잖다고 전한 그는 기업들이 타지로 이전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도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부산 비관론'을 이어갔다.
"울산의 음식점들은 주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죠. 이곳에는 새로 생기는 것이라곤 라면가게, 분식점뿐입니다. 아파트 공사도 서울의 대형업체들이 도맡고, 부산기업은 없습니다. 도로도 제대로 확충이 안돼 정체가 심합니다. IMF체제 이후 부산은 죽 내리막길입니다."
그러더니 대뜸 "이번엔 경제를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화제를 대선으로 옮겼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합니까"라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부산 모습만 보면 왜 경제대통령이 필요한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경제대통령' 언급이 거슬렸다. 이 전시장이 '경제대통령'을 주창한 데다 기자에게는 경제의 윗자리를 차지한 정치가 여전히 미덥지 않은 탓이다. 서울에 돌아와서 부산 출신 동료에게 묻고, 인구이동 통계 등도 살펴보았다. 택시기사의 말은 아주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부산에서 대학까지 마친 동료는 "경기가 좋았던 적이 참 오래된 것 같다"고 그의 말을 거들었다.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게 맞았다. 주요 대도시가 전입보다는 전출이 많은 추세지만 부산은 최근 10년만 보면 내리 순이동이 마이너스였다. 전입인구보다 전출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는 같은 기간 '전입 초과' 해가 많았던 경남과 비교됐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의 추계인구를 보면 2030년 부산의 인구증가율은 -0.71%로, 울산(-0.05%)은 차치하고라도 전국 평균(-0.28%) 및 서울(-0.53%)보다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다. 지역내 총생산 규모는 이미 2005년 충남에 밀렸고, 울산의 거센 추격까지 받고 있다.
경제에 밝은 인사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부산 경제가 곧바로 살아날지는 불투명하다. 그렇더라도 '경제대통령'을 희망하는 부산 택시기사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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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대통령'은 우리나라 전체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경제대통령'은 반드시 기업인 출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경제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적도 옳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했듯 '경제를 좀 아는' 정도로는 부족할 것이다.
현재 대선을 준비 중이거나 후보로 거명되는 인사 가운데 제대로 된 '경제대통령'감이 있는지 기자는 알지 못하다. 다만 '경제대통령'에 대한 논의라도 지펴지면 최소한 정치권이 경제에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