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형마트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한 외국인 임원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장사하기가 참 힘들다. 한국인들은 유별나기 때문이다"
그 임원은 한 가지 예를 들었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대부분이 2~4층을 매장으로 활용한다. 외국은 좀 다르다. 넓디 넓은 한 개 또는 두 개 층이 전부다. 부동산 활용 효율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이 한 수 위다.
그러나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인들은 장시간 수평 이동을 지루해 한다. 간간히 무빙워크를 타고 아래윗층으로 돌아다녀야 쇼핑 할 맛이 난다는 것이다.
창고형 매장을 고집했던 월마트나 매대 높이가 높았던 까르푸가 한국에서 실패한 이유는 한국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난히 고가의 고연산 위스키가 잘 팔리는 한국 시장도 외국 주류업체들로서는 '연구 대상'이다. 사실 위스키 업계에 종사하는 외국인들도 이런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더욱이 위스키의 상당 부분이 폭탄주 제조에 소비된다는 대목에서는 설레 설레 고개를 젓는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조차 귀한 술이라 판매량이 적다는 12년산 위스키.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연산이다.
그런데 올 1월 위스키 시장에 주목할만한 일이 생겼다. 위스키 전체로 보면 24만8935상자(500㎖×18본입)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6.3%가 줄었지만 디럭스프리미엄급(DP) 17년산 위스키는 오히려 3% 가량 늘어난 5만3748상자가 팔렸다. 전체 판매된 위스키 중 21.6% 비중이다.
또 임페리얼, 윈저 등 국산 브랜드 위스키 21년산과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 고급 외산 브랜드 17년산을 하나로 묶은 슈퍼 프리미엄(SP)급 판매 비중도 4.1%로 0.1%포인트 늘었다.
12년산은 해마다 감소세를 면치 못해 2005년 1월 22만65상자이던 것이 올 1월에는 17만4114상자로 2년만에 20.8%나 줄었다. 고연산 위스키로 소비 패턴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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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직업 특성상 취재 또는 취재원들과 교류를 위해 술 자리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전날 마신 17년산 위스키 폭탄주 때문에 쓰린 속을 달래며 하루를 견디고 다음날 저녁 약속은 폭탄주를 피하기 위해 한식집으로 잡을 때가 있다. 그러나 폭탄주를 피하기는 힘들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폭탄주가 기다리고 있다.
어차피 마실 폭탄주라면 기왕이면 부드러운 고연산 위스키로 하자는 게 고연산 위스키가 잘 팔리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소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폭탄주 문화가 더 확산되는 한 고연산 위스키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이해 못할 폭탄주 덕분에 '다이나믹 코리아'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 위스키업체 사람들의 모습도 이제는 유별한 한국 시장의 한 풍경이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