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3월이면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온다. 황사(黃砂)와 경영권 분쟁이 그것이다. 하나는 자연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인위적이란 점에서 다르지만, 당하는 사람은 몹시 불편하다. 경우에 따라서 일자리도 잃어야 하는 고통까지 겪어야 한다.
춘삼월의 두 불청객, 황사와 경영권 분쟁
3월 주총 시즌에 찾아오는 경영권 분쟁은 ‘기업은 주주의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에 현재 경영권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한 뒤 이제부터 이 기업의 주인은 나이므로 당신은 나가라고 요구하는 게 경영권 분쟁의 본질이다.
주식회사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주주는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돈(자본금)을 낸다. 1%의 가능성에서 기회를 보고, 잘못되면 피 같은 돈을 모두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이 있기에 주주들에게 기업의 주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현재 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근간은 바로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s Capitalism)'이다.
하지만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명제는 주주가 기업 가치를 키우는 가치창조자(Value Creator)일 때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주주라고 해서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가치파괴자(Value Destructor)일 때는 주주로서의 자격, 즉 기업의 주인 자리를 뺏길 수 있다. 바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명제는 기업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접근방식이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키우고 지속적 발전을 해야 하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이란 시각에서는 ‘기업의 주인은 종업원’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s Capitalism)'는 기업의 주인을 주주뿐만 아니라 종업원과 고객 및 지역사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비록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고 해서 주주 마음대로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고, 주주권리는 목적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수단이 합목적적이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가치 창조하는 주주가 진짜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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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속적 성장 발전을 위한 3대 요소는 주주(자본)와 종업원(인재) 및 고객(시장)이다. 3대 기둥이 호흡을 맞춰 조화롭게 협력하는 회사는 우량기업으로서 발전한다. 좋은 기업은 좋은 동업관계에서 성장한다. 현명한 주주와 헌신적인 종업원의 아름다운 동업은 기업을 우량하게 계속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반대로 이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반목과 갈등을 되풀이하면 회사는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만다. 난공불락의 요새가 무너지는 것은 외부 공격보다 내분 때문일 때가 많다. 회사의 앞날이야 어찌됐든 내가 주도권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회사를 죽이는 일일뿐만 아니라 주주 자신의 앞날과 그의 돈도 함께 파괴한다. 특히 현 경영진의 경영상태가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주권을 내세워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는 것은 주주의 횡포다.
책임 있고 현명한 주주는 기업의 주인답게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키우는 일에 전념한다. 경영권을 잡기 위해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것은 눈앞의 적은 이익에 눈이 멀어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의 잘못으로 이어진다. 그런 주주는 절대로 기업의 주인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