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국에서 온 편지

"학교 컴퓨터 실에서 한국 사이트를 보면 누가 볼까봐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돼. 한국사람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 받을까봐 걱정도 되고. 그러면서도 여기 교포나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의식하고 엉뚱하게 앞서 나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버지니아대 총기난사 범인이 한국계라는 보도가 전해지자 덜컥 뉴욕에서 혼자 유학하고 있는 친구가 걱정됐다. '괜찮다'는 친구의 이메일 답장에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범인이 이탈리아 계인지, 아일랜드 계인지는 꼭 짚어 말한 적이 없었다"며 "조승희가 영주권자라는 '지위'(status)까지 언급하며 강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에서 '미국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힌 점, 그것도 모자라 정부 차원에서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조승희'가 범인으로 보도되자 한국 정부는 발빠르게 '심심한 애도'의 조문 서한을 보냈다. 이보다 한발 더 앞선 한국 언론들은 '국가 신인도 추락 우려', '한국정부 조문단 파견해야', '한미 FTA에 불똥 튈까…기업들 전전긍긍' 등의 뉴스를 '쏟아'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문사절단 파견 제의를 사양했다. "조승희도 미국인이다. 한국에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총기사건이 인종이나 국가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란 얘기다.
다행히 미국 내에서도 범인이 '한국계'라는 점보다는 범행 동기나 평소 성격 등 개인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의 친구는 이번 일로 미국 내 교포들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미국의 인종차별에 치가 떨리고, 미국인으로 살면서도 여전히 '유색인종'으로 주눅들어 사는 모습에 착잡하단다.
"성실히 일해 돈도 많이 벌고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지만 우리 교민들이 과연 그 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