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쯤 '브릭스' 보고서로 주목받은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도미니크 윌슨)를 만났을 때 일이다. 윌슨은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절대로 선진 7개국(G7)에 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유는 사실상 하나로, 인구가 적다는 점이었다.
경제규모 10위를 자랑하던 한국이 2005년 브라질, 지난해 러시아에 한 계단씩 밀려난 것은 '작은' 국가의 비애다. 이제 인구 1억명이 넘는 멕시코에 12위 자리도 내줄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더구나 합계출산율은 인구 대체에 필요한 수준(2.1명)을 밑돈 지 22년 만인 2005년 세계 최저인 1.08명까지 떨어진 마당이다.
축소지향적 인구로 인해 구름이 낀 한국경제에 최근 희망의 목소리가 들린다. 출생아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쌍춘절, 올해 황금돼지해 특수 여파란다. 정부 한 고위 관리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지난해 출산율이 바닥을 친 듯 싶다"고 전했다.
심각한 저출산을 겪은 일본도 지난해부터 경제회복과 함께 신생아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출생아수가 늘어난 것은 '밀레니엄 베이비붐'이 일었던 2000년 이후 6년 만이 된다. 합계출산율까지 높아진다면 88년 이후 18년 만이다. 공식 통계로 확인된다면 이만큼 신나는 뉴스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식에 마냥 들뜰 수 만은 없다. 저출산 기조까지 바뀌었다고 단정짓기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인구의 '반짝' 증가로는 성장잠재력 저하를 돌릴 수 없다. 이제부터 기조를 돌리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출산 장려금 지급이나 다자녀 가구 청약가점 등 출산에 초점을 맞춘 대책 외에 여성 고용 확대가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흔히 여성이 직업을 갖게 되면 출산을 기피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오히려 반대라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소개했듯, 골드만삭스의 또다른 이코노미스트 케빈 댈리는 여성의 고용을 늘리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국가들의 지표를 비교한 결과 남녀 고용률 격차가 작을수록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성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아이를 더 낳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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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의 경제성장 기여도 역시 상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댈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만큼 높아지면 국내총생산(GDP)이 9% 늘어난다.
남녀 고용률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유럽과 일본의 GDP 증가폭은 각각 13%, 16%로 커진다는 계산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생산성을 미국만큼 높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7%포인트가량 제고돼 생산성 보다 여성 고용률 확대의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여성 일자리 확대는 출산율과 경제성장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책인 셈이다. 국민연금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선 1석3조다. 그동안 남성이 세계경제를 이끌었다면 앞으로 이를 구제하는 것은 여성이 될 것이란 이코노미스트의 결론은 남녀 고용률 격차가 일본과 엇비슷한 한국에도 매우 시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