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통사, '순망치한'의 교훈

[기자수첩]이통사, '순망치한'의 교훈

이구순 기자
2007.04.27 11:51

"삼성전자, LG전자 말고 휴대폰을 공급하는 회사가 한 둘만 더 있어도 실적이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을텐데…." 한 이동통신 회사의 임원이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휴대폰 보조금을 쏟아부은 이통사들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1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다. 아마 2분기에도 쉽사리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욱 더 '공짜폰'을 원하지만 이통사가 삼성전자나 LG전자로부터 사오는 휴대폰 값이 싸지지 않으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이통사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 VK나 팬택이 잘 돌아간다면 이통사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져 영업비용을 좀 줄일 수 있었을거라는 게 이통사 관계자들의 심정이다. 오죽했으면 노키아,소니에릭슨같은 외국회사들과 휴대폰 공급 협상을 추진했겠냐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반면 VK와 팬택은 이통사들에게 섭섭하다. 경영이 어려워져 당장 부품구입 비용이 떨어진 제조업체들에게 대형 이통사들의 '개런티(구매약속)'는 현금과 같은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이를 외면했다.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회사에 제품구매 약속을 해준다는 것이 비즈니스 원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래서 결국 VK가 버티지 못하고, 팬택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그 파장이 부메랑이 돼 이통사들에게 미치고 있다. 이통사들이 매달릴 수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뿐이니 당연히 가격협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가 동네친구 관계 같은게 아니어서 누가 어렵다고 발 벗고 나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의 가치사슬을 감안해 한 걸음만 멀리 앞을 본다면 막연한 도움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상생의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평소에는 몰라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사실상 과점체제로 짜여진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이통사들이 이가 시리지 않으려면 입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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