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너무 부러운 미국 주총 풍경

[기자수첩]너무 부러운 미국 주총 풍경

김능현 기자
2007.05.14 08:12

지난 5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언제나 그랬듯 '자본주의의 축제'였다. 워렌 버핏 회장은 대형 경기장을 가득 메운 주주들 앞에서 유클렐리(기타 모양의 현악기)를 연주하며 축제를 즐겼다.

5시간 동안이나 진행된 주주들과의 일문일답은 편안한 대화 같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 있느냐”는 10세 소녀의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버핏은 자신의 어린시절이 생각난 듯 진지하게 답변했다. 참석자들은 단 한마디라도 놓치면 큰일이라도 일어나는 양 버핏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이 '버핏 찬가' 일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주주들은 중국 페트로차이나가 수단 다르푸르 학살과 관련돼 있다며 이 회사의 지분을 당장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계열사가 개발 중인 수력발전소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한 인디언 가족의 눈물어린 호소도 있었다.

껄끄러운 질문들이었지만 버핏은 성심성의껏 답했다. 보유 주식수에 관계없이 모든 주주를 마치 가족이나 동료로 생각하는 듯 했다.

그로부터 5일 뒤 열린 구글과 애플의 주총장 분위기는 버크셔 해서웨이 만큼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공통점은 있었다. 주주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할 수 있었다. 애플 주주들은 스티브 잡스 회장의 스톡옵션 백데이팅 스캔들을 거론하며, 스톡옵션 관련 규정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도 중국 사이트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부 주주들의 압박에 시달렸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국정부의 정책에 동참했다는 이유에서다.

비록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주장은 경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논쟁은 없고 단순한 통과절차에 불과한 주총, 회사 경영에 대해 쓴소리를 하다가 끌려나가는 참여연대 회원들, 박수부대로 동원되는 회사 직원들이나 주총꾼들. 21세기에 들어서도 볼 수 있는 변하지 않는 풍경이다.

미국 기업들처럼 논쟁할 수 있고, '축제'로 즐길 수 있는 주총이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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