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펀드… '배고픈' 운용사

너무 많은 펀드… '배고픈' 운용사

김동하 기자
2007.05.16 09:09

'펀드공화국' 한국의 현주소<1>많긴한데…베끼기도 1등?

대한민국의 펀드시장이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이미 세계 최대의 펀드국.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9000개의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 10일 현재 24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말 현재 가계금융자산 중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미 '펀드'없는 가계는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도 펀드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넉넉한 대기자금이 펀드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펀드 공화국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펀드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들은 큰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판매보수' 탓에 은행과 대형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배를 불리면서, 운용사들은 현저히 작은 수입에 만족해야한다.

운용사들 스스로도 외국계 펀드 '베끼기'나 '유통'역할을 자임하면서 수수료 챙겨먹기에 나서는 측면도 있다. 급증하는 해외펀드 중 국내 운용사가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펀드는 실제 10%도 안된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외국금융기관이 휩쓰는 국적없는 펀드공화국, 대형은행과 증권사 배만 불리는 '외화내빈'시장 등의 우려 속에서 외국계 대형 운용사들의 한반도 상륙은 줄을 잇고 있다.

◆한국, 세계 최다 펀드국

대한민국은 세계 최다 펀드국가다.

1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11일 현재 설정펀드의 수가 8731개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펀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8800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2006년 말까지만 해도 한국의 설정펀드 수는 8030개로 미국의 8120개에 못미쳤지만 2월 들어 미국을 역전하면서 세계 최다 펀드국가로 올라섰다. 펀드 수로는 일본의 3배, 영국의 4배다.

그러나 펀드 하나당 자산규모는 미국의 2.4%에 불과하다. 한국펀드 43개 정도를 모아야 미국펀드 하나 정도의 규모가 되는 셈이다. 영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각각 7.5%, 14.8%에 불과하다.

개별펀드별 '양극화'도 극심하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1일 현재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58조5800억원에 달하고 펀드 수는 974개다. 그러나 미래에셋인디펀던스주식형펀드 하나의 설정액은 1조180억원에 달한다. 숫자로는 0.1%의 펀드가 전체 주식형펀드 자금의 1.7%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설정액 100억원 미만의 펀드 수는 14일 현재 4875개로 전체의 56%에 달한다. 설정액 10억원 미만으로 거의 운용되지 않는 '깡통'펀드의 수도 1551개로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국내펀드 5~6개 중 하나는 관리가 안되는 '무늬만 펀드'로 남아있다.

◆펀드 수 1위 비결은 '베끼기'?

펀드 수는 은행 등의 펀드 판매인력들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자금은 대부분 비슷한 지역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로 쏠리고 있다. 나머지 일부가 국내주식형 및 기타 펀드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특히 11일 현재 765개에 달하는 해외펀드의 경우 대부분의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유통하는 펀드가 대부분. 대부분이 절반 이상의 운용보수를 외국계 운용사나 자문사에 내주면서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실제 국내 운용사들이 직접 운용하는 해외투자펀드는 미래에셋의 65개와 한국운용의 16개 정도다. 다시 말하면 외국계의 손을 거치지 않은 해외투자펀드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특히 해외펀드 비과세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미 외국계 운용사들은 3월부터 경쟁적으로 복제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펀드평가 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들어 설정된 미러펀드만 50개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관련업계는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펀드의 붐이 조성되면서 역량도 없는 운용사들도 무리하게 해외펀드에 뛰어들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해외 운용사나 자문사에 과실을 다 내주고, 외형이라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현재 해외펀드투자는 많이 중복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투자요구가 늘어나는 만큼, 비슷한 해외펀드가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팀장은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국내 운용사들이 직접 리서치하면서 운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당분간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운용보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세가 계속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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