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박찬욱 아카데미 탈락과 '문화할인율'

[투데이 窓]박찬욱 아카데미 탈락과 '문화할인율'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중원대 특임교수
2026.02.12 02:03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중원대 특임교수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중원대 특임교수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현상 그리고 문화예술 작품을 다른 나라나 지역으로 전파할 때 보통 문화할인율 적용현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할인(割引)이란 가치수준을 깎는 일을 말한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여기니 할인가에 판매할 수 있는 것 같다. 문화의 가치를 잘 모르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수록 문화할인율은 커지기 마련이다. 동일한 서양이라도 유럽이나 영미권은 이런 문화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에 문화할인율이 달리 적용될 수 있다. K컬처도 마찬가지 현상과 마주치곤 한다.

영화나 소설, 드라마, 음악이 어떤 국가나 지역에선 각광받거나 선호되지만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이런 문화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화할인율의 배경요인은 여럿인데 단순히 스타일이나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세계관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면은 제대로 지적되지 않는다. 이를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사례에서 볼 수 있다. 2023년 1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제65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부문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그나마 2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과 차이가 컸다.

변사사건의 담당 형사와 용의자 아내 사이의 미묘한 사랑과 파국을 다룬 작품으로 칸에서는 인정받았지만 영미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른바 문화할인율 적용이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역사·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았다. 흑인과 아시아인이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사회적 메시지도 약했으니 멜로물 같았다. 박찬욱 감독 작품에 대한 문화할인율은 '어쩔 수가 없다'에서 더욱 커졌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13년 만에 한국영화로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엔 실패했고

골든글로브에선 뮤지컬·코미디작품상, 남우주연상(이병헌), 최우수외국어(비영어)부문에 올랐지만 단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선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 요인을 이전에 파업 중 작업한 건으로 작가조합에서 제명된 일을 거론하지만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영국 아카데미에선 후보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해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극장 상영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 원인으로 문화할인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오랫동안 다닌 직장에서 해고된 주인공이 새로운 직장의 채용 후보자들을 찾아가 살해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산층 주인공이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취직에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영미권은 더욱 그러해 보였다. 영미권은 고용유연성이 높다. 임의고용이 강하기에 해고와 퇴사가 일상이다. 불황엔 해고가 많지만 활황기엔 고용이 많다. 경력과 기술에 따라 상대적으로 빨리 고용과 직장이전이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한 곳에서 수십 년을 근무하거나 한 직장에 연연하지 않는다. 상황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것이 일반화됐다. 한 직장에서 해고됐다고 해서 그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데 다른 직장채용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여러 명의 경쟁자를 하나하나 찾아가 매우 힘들게 살해할 여력과 동기는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니 이를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다룬들 공감의 폭이 클지 알 수 없었다. 아울러 AI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점을 강조하지만 새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AI의 활용과 그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덧붙여 문화할인율 적용에서 유럽은 문화가치를 이국적인 다양성에 두지만 영미권은 프래그머티즘에 기반한다. 여기에 영미권은 그동안 부족했던 거대서사를 접목한 작품에 주목한다. K컬처는 문화할인율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그런 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K컬처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되거나 선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환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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