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규제사슬속의 신용정보업

[CEO칼럼]규제사슬속의 신용정보업

박종진 고려신용정보사장 기자
2007.06.01 09:34

한국의 신용정보업법은 부실채권의 추심업무를 중요한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채권추심이 경제내 부실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정리, 금융의 기능을 원할히 한다는 중요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채권추심은 또 실물경제주체의 회생 및 퇴출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의 역동성과 경쟁을 지원한다는 역할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채권추심을 주력으로 하는 신용정보사들은 관심과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각종 사회적 법률적 규제로 인해 국가산업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신용정보회사는 부실채권에 대한 최종 처리정보 등을 부실채권 매입에 활용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체납징수업무도 수탁받아 행정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부실채권정리시장에서 신용정보회사의 핵심업무를 채권추심업무로 규정하고 있어 신용정보업의 발전의 폭에 한계를 두고 있다.

단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정보사들이 채권을 매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단순한 추심업무만 위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선진국과는 상이한 구조인데, 가까운 일본을 보면 신용정보사가 채권을 사서 직접추심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단순히 금융채권에만 업무범위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민사채권이나 공공채권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공채권의 경우 공무원들이 부족한 일손으로 불법 고액 체납을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신용정보사가 들어가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건전한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용정보사의 업무대상이 상거래 채권에 국한되지 않고 민사채권, 조세채권 등으로 넓어지는 것이 좋다. 또 이를 통해야 불법으로 해결하는 심부름 업체 등의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

현행 신용정보법에서는 채권 추심업의 대상이 상거래로 인한 것들로 한정돼 있다. 일반인들은 민사소송 후 승소판결이 난 후에도 채권회수가 늦어지면 방안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불법 추심업체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업체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검증받은 신용정보업체에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용정보업의 시각도 다시 한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간 외환위기, 신용위기 등 커다란 사회문제를 연달아 겪었다. 직장동료가 어느새 신용불량자로 전락해있고, 친인척이 파산위기에 몰리는 것도 흔하디 흔한 광경으로 됐다. 가슴아픈 현실의 오버랩에서 우리사회는 약자인 채무자의 인권보호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성향이 생겼다.

이런 경향은 신용위기의 파편이 많이 사라진 현재까지 이어져, 시장의 역선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또 다른 문제가 보이고 있다. 약자의 보호논리가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동등하게 존중받아야하는 채권자의 권리는 사장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조사에 의하면 개인파산신청에 따른 면책허가율은 2003년 89.5% 2004년 95.8% 2005년 98.3% 2006년 98%를 보였다. 법무사나 변호사들이 파산 및 면책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법원의 형식적 판결과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지적할 수 있다.

신용정보업계는 갈수록 열악해지는 주위여건과, 치열해지는 내부경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대형화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인위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용정보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이 선행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국가공인자격증의 시행은 물론 추심원 등록제 전환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책적인 지원이다. 신용위기의 아픔속에서 얻어진 노하우를 효용으로 전환하려면 해외진출이 필수이며, 그러려면 일정수준 이상 신용정보사들의 육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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