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그 다음의 전쟁

'쩐의 전쟁' 그 다음의 전쟁

이종수 기자
2007.06.05 10:20

[쿨머니칼럼]대안금융 입법화보다 전문인력, 시스템 구축 선행돼야

사회연대은행은 매달 금융소외연구모임을 연다. 이 모임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금융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걱정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모임이 다루는 그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슈가 요즘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 덕분이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 서로 이름 대신 ‘500원’, ‘담보’라고 부른다. 사채의 세계에선 사람을 실존이 아니라 거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부인하고 싶어도,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존재는 자본적 가치에 의해 규정된다. ‘돈'만이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다. 사채를 갚지 못하는 사업 실패자는 자살로 삶의 막을 내릴 수도 있다. 사채업자는 조직폭력배보다 더 위협적인 실체다.

그러나 이런 사채업 세계에도 고수는 있다. 그는 "싸구려 사채업자는 서류에 연연해 하지만 유능한 사채업자는 오직 인간심사만 해, 서류는 조작될 수 있어도 인간은 조작될 수 없거든"이라고 제자인 주인공에게 말한다.

사채 세계에서 득도한 고수의 이 대사는, 반어적으로, 가장 인간적 대출방법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의 마음과 비슷하다. 대안금융운동을 펼치는 우리의 수고스런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같아 고마울 정도다.

사실, 이 고마운 드라마는 초반부의 문제 제기 자체로 이 드라마는 대단한 결실을 거뒀다. 560만명에 이르는 경제활동인구가 공금융에서 배제되어 있는 현실, 돈의 순환이 막힌 서민들에게 사금융이 손짓하는 유혹, 빠지면 되돌릴 수 없는 올가미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과제를 던져주었으니 말이다.

‘쩐의 전쟁’을 막기 위한 입법 전쟁이 이번 6월 국회를 기점으로 한바탕 벌어질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각각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고, 정부도 사회투자재단의 설립을 주장한다. 서민금융에 대한 법안은 그야말로 봇물이 터진 것 같다.

입법권의 논의에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확대를 축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금융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입법권이 금융소외계층을 돕기 위해서 법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나날이 분열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장 활동가 입장에서 보면 대안금융 제도화를 추진하는 주체들이 정말 민생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성과를 보여 주고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입법권의 논의가 한국에서 대안금융을 제대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있는지, 금융소외 현장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지 불안한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다.

복잡한 우리 사회에서 금융소외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그 형태도 다양하다. 따라서 그 대상의 성격에 따라서 각각 다른 해결법을 내놓아야 한다. 의사가 진단을 통하여 처방을 내리듯, 금융소외도 해소 방안 마련에 앞서 실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역시 제도화에 앞선 선결과제가 있다. 대안금융 체제의 효율적 정착을 위한 전문 인력의 확보, 시스템의 구축, 지원 네트웍의 형성 등 인프라 정지 작업이 그것이다.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높아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한 관심과 제도화 움직임은 환영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정부의 도움 없이 묵묵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일을 통해서 빈곤을 탈출시키고자 했던 민간의 노력과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도 해결책을 기다리는 수많은 소외계층을 생각할 때 금융소외 문제는 더 이상 ‘힘 있는 분들'이 '결과물을 보여 주기 위한 과시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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