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박종원 코리안리사장 '부실회사를 아시아 1위로'

"곁눈질하지 않고 오직 한 곳만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4연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성실히 따라준 임직원의 노력 덕분입니다. 임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사진)이 꿈의 4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 CEO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4번째 연임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실적이 좋아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사장은 적자에 허덕이던 아사 직전의 회사를 세계적 초우량회사로 키운 능력과 함께 조직장악력, 시장을 읽는 눈,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오늘의 자리에 우뚝섰다.
재경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이 된 박종원 사장의 시선은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아시아 1위를 넘어 세계적 재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정기주주총회에서 4연임이 확정된 다음날 박종원 사장을 만나 성공스토리와 경영노하우를 들어봤다.
―먼저 네번째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한 회사를 세계적 회사로 만들겠다는 신념이 4연임을 하게 된 배경이라고 봅니다. 포기하지 않고 충실히 경영해온 것이 스스로도 자랑스럽습니다. 처음 이 회사의 CEO가 됐을 때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9년 동안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가운데 묵묵히 따라준 임직원 덕분입니다. 이번에 제가 4연임한 것이 금융권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제 사례가 초석이 돼서 앞으로 'CEO 시장'이 활성화돼 능력있는 CEO들이 각 분야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9년 동안 이룬 업적이 많습니다. 경영성과도 대단하신데요.
▶9년 전 처음 취임했을 때 코리안리는 당기손실이 2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공적자금 투입이나 외부자금 조달없이 경영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결산 때 당기순이익 37억원 흑자로 돌려놨습니다.
그 결과 순이익 기준 1인당 생산성이 37억원에서 133억원으로 3.6배나 늘어났습니다. 또 매출 면에서는 연평균 13%대 성장률로 98년과 비교해 3배 늘어났고, 아시아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우뚝 섰습니다. 세계 13위 수준입니다. 순익도 99년 이후 8년간 누계로 4204억원을 기록했는데, 과거 36년간 누계(827억원)의 5.1배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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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담보력(자기자본·비상위험준비금)이 98년 2665억원에서 8225억원으로 3.1배 증가했습니다. 지급여력비율은 2배에 이르는 197.3%로 안정적입니다. 최근 경영실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반영돼 코리안리의 시가총액은 1조3825억원으로 전체 보험업계 2위입니다. 주식도 삼성화재와 더불어 코스피100지수에 편입됐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업문화를 바꾼 것이죠. 취임 당시에는 정부의 보호막이 벗겨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업무나 영업 전반에 온실경영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기업문화가 느껴졌습니다. 이와 같은 기업문화를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했지요. 지금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자리잡았습니다.

―'비전2020'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셨는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2020년에 자기자본 5조원, 보유보험료 5조4000억원을 달성해 세계 10대 재보험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비전2020'의 주내용입니다. 그 실행계획으로 지난해 '비전2010'을 발표했습니다. '비전2020'을 조기달성하기 위해 연 12.2%씩 성장해 2010년에는 수입보험료 5조원,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것이지요. 해외영업에서는 연평균 25% 성장으로 전체 매출의 20%인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10년에는 세계 12위, 2020년에는 세계 7위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인데 최근 추세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해외영업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강돼야 합니까.
▶해외수재보험료의 경우 연평균 13.7%씩 성장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4%까지 확대됐습니다. 98년에는 4.2%에 불과했지요. 현재 싱가포르(지점)와 런던 도쿄 뉴욕 베이징(이상 사무소) 홍콩(현지법인)에 진출했는데, 조만간 중동에도 나갈 예정입니다. 두바이에 주재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올 연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해외시장에서 애로점은 신용등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스탠더드&푸어스(S&P)로부터 '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획득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는 국내 금융권 중에서는 삼성화재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인데, 거래적격업체를 뜻하기 때문에 해외영업에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리스크 파악과 계약심사(언더라이팅)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단기간에 많은 욕심을 내기보다 현재 경쟁력 있는 부문부터 체계적으로 접근해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국제 선박보험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요. 이밖에 역점을 두고 있는 시장은 무엇입니까.
▶선박보험은 유럽시장에서 요율을 선도하며 전세계 150여개 선단계약을 인수했습니다. 선박보험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낸 것은 98년 취임 당시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보고 먼저 세계무대에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항공보험과 기술보험분야에서도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항공보험은 재보험자의 재무건전성과 담보력을 철저히 평가하는 시장이자 세계 일류 재보험자들 만의 격전장입니다.
그런 시장에서 세계 1위 루프트한자(독일) 에어프랑스(프랑스) 등 유수의 항공기단 35개사 계약을 인수했습니다. 또 중동지역 건설붐을 타고 건설공사보험 등 기술보험 수재도 늘어났습니다. 2010년 이후에는 해외영업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종원 사장의 이미지는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직이 살아움직이는 느낌이 듭니다.
▶리더가 사심없는 마음과 솔선수범을 보여주면 조직은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눈과 귀를 열어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합니다. 혁신이 힘들다고 하지만 현실과 타협해서는 곤란합니다. 경영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조직의 불합리한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보면 조직은 오케스트라처럼 일사불란하게 조율돼 화음을 갖추게 됩니다.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기계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세계 유수의 재보험사에 파견해 신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시킨다거나 해외 유수 대학의 MBA 과정을 지원하는 등 전직원이 재보험 전문가가 되도록 해주고 있지요. 이러한 점이 '일할 맛 나는 회사'로 변모한 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