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화(中華)..그리고 오랑캐

[기자수첩]중화(中華)..그리고 오랑캐

김명룡 기자
2007.06.22 13:15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인을 대하는 중국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최근 상해 출장에 동행했던 동아제약 해외사업부 한 간부의 말이다. 이제 더이상 ‘한국 최고’라는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중국인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느꼈던 약간의 우쭐함도 어느새 없어져버렸다.

중국 기업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대화 주제도 달라졌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인들은 삼성전자의 성공과 한국의 급속한 성장을 대화 주제로 꺼내곤 했단다. 하지만 요즘에는 주로 축구나 한류스타들에 대해 궁금해 한다. 경제에 관련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투다.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이야기라면 인수합병할 만한 좋은 기업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은근히 물어볼 정도란다.

돈이 넘쳐나는 중국기업들이 외국 기업을 탐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IBM PC사업부문, 쌍용차 등은 이미 중국기업의 소유가 됐다. 이런 변화는 불과 몇 년새 이뤄졌다. 그리고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흔히 이런 말을 했죠. ‘13억 중국인구의 1%만 공략해도 1300만명’이라고. 말이 1%지 과거와 달리 전세계 수백수천개의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1%안에 드는 것이 쉬울까요?”

동아제약(98,600원 ▼300 -0.3%)중국법인 총경리의 말이다. 10여년 동안 중국관련 업무를 맡왔다는 그는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실패하고 돌아서는 수많은 한국 기업인들을 봐 왔다고 한다. 실패의 원인은 중국을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태도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후줄근한 옷차림, 무질서한 교통, 넘치는 가짜상품들만 보고 한수 아래로 보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총경리의 얘기다.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의 수많은 고층건물에는 어김없이 전세계 유수 기업들의 광고가 번쩍거린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진출초기 우리기업들은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전국체전에 출전할 실력을 가지고 올림픽에 나왔다고 볼 수 있죠. 중국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한다는 사실에 단순히 긴장하는 수준에서 멈춘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고 봅니다. ” (김용석 총경리)

중국인들은 수천년 동안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中華)이라 생각했고, 우리를 동쪽의 오랑캐(東夷)라고 불렀다. 다시 오랑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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