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이 내린 직업인가]시험기회 늘리려 위장전입도
17일 오전 7시 노량진역. 묵직한 백팩을 멘 '고시족'들이 지하철에서 우르르 내렸다. 이들은 잰걸음으로 학원과 독서실로 향했다. 비슷한 시각, 한 공무원시험 전문학원.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서울시 지방공무원시험 탓인지 이른 시간인데도 북적거렸다.
오전 특강이 시작하는 강의실에는 100여명이 몰렸다. 인기 있는 강의에는 수강생이 넘쳐 다른 강의실에서 화면을 통해 중계수업이 진행됐다.
노량진 학원가에는 20여개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이 밀집해 있다. 주로 7·9급 행정공무원과 검찰·경찰직 준비 전문학원이다. 대형학원을 중심으로 독서실과 고시원, PC방,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노트나 펜 등을 파는 노점상은 고시학원가의 독특한 풍경이다.

다음달 치러지는 서울시 공무원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83.4대1. 모집인원이 지난해(932명)보다 2배 정도 늘면서 경쟁률은 낮아졌지만 1732명 모집에 14만4445명이나 지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시험기회를 늘리기 위해 주소를 경기도로 이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도 등 다른 지방 공무원시험은 주소지나 본적지가 해당 지자체로 돼있는 사람에게만 응시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주소지에 따른 응시 제한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응시기회를 한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지방으로 위장전입도 한다는 것이다.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김지민씨(26)는 "학원에서 상담을 했는데 경기도로 주소를 옮기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대부분의 수험생이 경기도로 주소를 옮긴다는 얘기를 듣고 고시열풍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문학원들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대학입시 전문인 메가스터디가 공무원시험시장에 진출했고, 초등교육 전문인 웅진씽크빅도 한교고시학원과 지캐스트 등을 인수·합병해 공무원시험과 자격증시험 전문기업 웅진패스원을 설립했다.
신림동 고시촌에도 베리타스와 한림법학원 등 대형 학원이 건물을 신축 이전하는 등 고시 수요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터넷 동영상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학원들은 시험설명회를 열거나 개인별 성적 분석관리, 학습컨설팅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모씨는 "공무원시험은 정보가 중요하다"며 "시험 유형이나 출제 경향 등 정보가 모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십만명의 젊은이가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2년 준비하는 건 보통이고 5년 이상 시험에 매달리는 장수생도 허다하다. 생산적인 일에 투입돼야 할 젊은 인력이 공무원시험에만 몰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실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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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졸업 후 줄곧 행정고시를 준비해온 서모씨(28)는 올 3월 행정대학원에 입학했다. 소속 없이 오랜 기간을 지내다보니 불안감이 커져서였다. 행정대학원 동기 100여명도 대부분 행정고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는 "행정고시에 뛰어들 때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줄 몰랐다"며 "1년에 기회가 한번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합격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며 "민간기업 취직 등 다른 길을 찾을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는 정서는 이해하지만 인재가 공직에 쏠리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옳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