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제치고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 1위를 차지한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 취임 1년을 맞은 그는 화려한 축제 대신 치안과 소방 등 '비인기'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경기지사가 '차기'를 노려볼 수 있는 자리여서 그의 행보는 임기까지 지속된다면 일종의 '모험'이다. 얼마 전 만난 김 지사는 "표시가 안나고 인기도 없겠지만…"이라며 경찰서 없는 화성시 얘기를 꺼냈다.
"저도 놀랐습니다. 도정을 맡고 6개월이 지나서야 알았으니까요." 최근 동탄신도시 건설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화성은 80년대 후반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비롯해 각종 강력사건으로 인해 경찰서가 당연히 있는 곳으로 간주된다. 면적도 서울의 1.4배에 달하고, 동탄신도시 조성이 끝나면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선다는 추산이다. 그런데도 시내에는 아직 경찰서가 없다.
김 지사는 오산시 행사에 화성경찰서장이 나타나자 "여긴 웬일이시냐"고 물은 뒤에야 오산에 있는 경찰서가 화성까지 관할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행정자치부에 건의해 당초 일정보다 2년 앞선 내년 화성경찰서를 개청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소방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화성뿐 아니라 연천, 가평, 양주에 아직 소방서가 없다. 경기도는 한달 전 의왕소방서를 시작으로 연내 4개 소방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공분야가 하지 않으면 대체가 불가능한 필수 공익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김 지사의 '기본 다지기'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민선자치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31개 시·군의 146개 지역축제를 통합 운영키로 했고, 최근 각광받는 영어마을에까지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댔다. 취지가 좋더라도 적자를 내 존립 자체가 어렵다면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영어마을의 경우 안산캠프는 민간에 맡겨 운영하고 파주캠프는 도가 직접 맡아 내실있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적 후퇴'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지만 기본에 충실하자는 그의 주장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금 중복·과잉투자가 진행되는 분야는 기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이라는 지적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과잉투자 얘기는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전시성 행사와 지방축제, 지난해 33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 사교육시장을 놓고 나왔다. 치안이나 소방 등 '기본'은 뒷전이고 반짝 시선만 끄는 '쇼'가 우선시된다면 부담은 결국 해당 지자체 주민이 질 수밖에 없다.
학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전업주부가 일자리를 찾아나선 가운데 사교육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지만 정작 자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교육 현장(학교)은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육 역시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기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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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살고 있는 한 지인은 현지 공립학교를 극찬했다. 담임교사는 아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친구와 어울리며,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자신보다 더 꿰고 있다고 했다. 한번은 야단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아들의 잘못을 귀띔해 주었다고 했다. 이쯤되면 수업은 묻지 않아도 된다. 지자체나 교육에 대한 과잉투자가 오(誤)투자로 판명나기 전에 기본을 점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