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이 내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역모기지론은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으로 노후 자금을 충당하기 힘든 고령자에게 집을 담보로 일정 금액을 종신까지 지급하는 상품이다.
역모기지론은 노후 대비의 새로운 보루로 도입한 제도지만 국민 정서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고, 세제 혜택도 미흡하기 때문에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역모기지론을 신청하는 고객은 소수에 불과하다.
만 64세 아내와 5억원 짜리 아파트에 사는 68세 김 노인은 역모기지론을 받을 수 있을까. 역모기지론의 조건과 특징을 짚어봤다.
◇ 대상자는 누구?= 역모기지론은 연령과 주택 형태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우선 부부가 모두 만 65세 이상 고령자인 경우에 한해 역모기지론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김 노인은 부인이 64세이기 때문에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또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가진 1세대 1주택자에게만 해당된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6억원 이하인 주택에 1년 이상 실거주해야 역모기지론을 받을 수 있다. 세를 놓은 주택으로는 역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지만 신청자가 1층에 거주하면서 2층만 세를 놓은 경우에는 받을 수 있다.
주택 이외에 상가나 오피스텔은 역모기지론 대상에서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금융회사에서 담보대출을 받고 있거나 대출이 없더라도 담보권이 설정돼 있다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없다.
◇ 언제까지, 얼마나 받나?= 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론은 종신까지 지급된다. 기준 연령이 100세로 정해져 있지만 사망 시점까지 미리 정해진 월 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은행권에서 출시한 상품과 구별되는 점이다. 시중은행이 판매중인 역모기지론은 미리 정해진 연령까지 월 지급금이 나올 뿐 종신까지 지급되지는 않는다.
월 지급금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주택 가격 변동과 ,기준금리, 연령 등을 감안해 산정한다. 65세의 노인이 3억원인 주택으로 역모기지론을 신청할 경우 월 85만원을 받게 되며, 6억원인 주택에 대해서는 월 171만원이 지급된다. 연령이 높을수록 월 지급금은 많아진다.
또 역모기지론을 받는 상태에서 목돈이 필요해도 중복해서 다른 담보 대출을 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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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 비용은 얼마나?= 역모기지론도 일종의 대출이기 때문에 신청자가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금보험료도 신청자가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이자는 월 지급금액에서 차감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지급하는데 대출잔액에 대해 부과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비용이 높아진다.
국민은행의 고광래 팀장은 "역모기지론의 이자는 3개월물 CD금리에 1.1%대의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며 "대출잔액에 대해 이자가 책정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지지만 주택을 담보로 목돈을 대출받는 것보다는 총량을 기준으로 볼 때 비용이 작다"고 설명했다.
◇ 역모기지론 받다가 집값 오르면?= 업계 전문가는 역모기지론을 받는 기간 중에 집값이 상승한다고 해서 월 지급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질 때도 월 지급금이 깎이지는 않는다.
다만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차익을 실현하기를 원한다면 집을 팔고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역모기지론을 신청한다고 해서 소유권이 금융기관에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청 후 거주지 이전을 원하거나 집값 상승분 만큼 차익을 실현하고 싶을 때는 매각할 수 있다.
◇ 세제 혜택 미흡 지적= 업계 전문가들은 역모기지론에 대해 세제 혜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이 싸늘한 것도 이자 부담이 적지 않은데다 감세효과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
한 시중은행의 부동산 전문가는 "마지막 남은 주택으로 역모기지론을 받는 이들도 재산세를 포함한 세금 부담을 안아야 하고, 이자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재산세 감면과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재산세의 경우 3억원 이하인 주택에 대해서만 25% 감면한다. 또 이자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는 3억원 이하인 주택을 소유하고, 연 소득이 12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200만원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 정서적인 반감도 넘어야 할 벽= 역모기지론은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입이나 근로소득으로 기본적인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고령자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주택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어 실수요자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주택이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기 때문이다.
또 역모기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점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반응이 시들한 이유라고 업계 전문가는 판단했다.